[연대활동]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4주기 추모행사(2월9일)

관리자
발행일 2021-02-09 조회수 49




오늘 오전 11시 시민단체들과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정문 앞에서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4주기 추모행사에 함께하였습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당시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사건 개요
ㅇ 2007년 2월 11일(일) 새벽 3시 55분경
여수출입국관리소 내 외국인보호소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발생
ㅇ 보호외국인 10명 사망, 18명 중상
ㅇ 사망자 명단
- 중국 9명 (김광석, 이태복, 진성희, 장즈줘, 양보쟈, 송관중, 김성남 리사오춘, 황해파)
- 우즈벡 1명 (예르낀)
ㅇ 당시 사고수습시민대책위 활동방향
1) 올바른 진상규명
2) 유족장례절차 및 보상
3) 재발방지를 위한 구조적 개선책 촉구
ㅇ 이후 주요 개선 사항 및 향후 과제
1)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리모델링 공사를 하여 보호동에 스프링클러 설치, 화재 참사가 발생한 보호실들을 터서 ‘공감실’(강당)으로 개선하였다. 또한 유독 가스를 내뿜어 많은 질식사를 낳은 우레탄 매트를 제거하고 불연 소재로 바꾸었다.
2) 6개월 이상 장기 보호 외국인이 생겨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고, 장기 보호가 우려되는 보호 외국인의 경우는 ‘일시보호 해제’를 하기도 한다.
3. 하지만 지난해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보호외국인이 발생하였고, 여수출입국 보호소에서도 1년 가까이 장기 보호된 보호 외국인이 있었다. 코로나 19에 따른 세계적 팬데믹으로 여러 나라의 비행기 노선이 막히면서 귀국하지 못하는 보호 외국인들도 크게 늘었다.
4. 여수출입국 인력이 확충되어 체불임금과 전세금 반환 등 보호 외국인의 고충처리가 이전에 비해 한결 더 나아졌다. 하지만 임금체불 같은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실제 권한을 가진 지방노동사무소와 유기적 협력이 잘 안 되는 편이다.
5. 보호 외국인들도 전자우편 수발을 자유로이 할 수 있게 해 줘야 함에도 여전히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보호 외국인들이 다양한 질환을 겪고 있음에도 외래 진료율도 지나치게 낮은 실정이다. 코로나 19 상황에도 불구하고 보호실의 과밀 수용도 여전하다. 화재 참사 이후 대책위가 줄곧 요구한 보호실의 ‘철창’도 제거되지 않았다.

추 도 사
-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4주기를 맞으며 -

오는 2월 11은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로 10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은지 14년이 되는 날입니다. 오늘 우리는 그날의 참혹한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14년 전 2007년 2월 11일 새벽, 여수외국인보호소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그곳에는 화재를 대비할 스프링 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습니다. 경비원들은 신속히 보호외국인들을 대피시켜야 했지만 미등록 체류자이던 그들이 도주할 것을 염려하여 철창 문을 열지 않고 시간을 끌었습니다. 목숨보다 통제를 우선에 둔 보호소 측의 이런 조치로 결국 보호외국인 10명이 목숨을 잃고 17 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보호소라는 이름과는 정반대로 그곳에 갇힌 사람들은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기는커녕 위험 앞에 방치되고 위험 속으로 내몰려 생명과 건강을 잃었습니다. 희생자들은 그렇게 죽음에서조차 도망치지 못했습니다.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기관에서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들, 단지 한국인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왔던 이들이 이렇게 많이 죽고 다쳤음에도 이 억울한 죽음은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참사의 책임자인 한국 정부는 이를 지우고 덮으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사 이후 불타버린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의 건물은 깨끗하게 새로 지어졌지만 한국 정부와 우리 사회가 이 사건으로부터 배우고 새롭게 개선한 것은 없었습니다.
2007년 여수참사 이후에도 보호소 안에 구금되어 있다가, 혹은 강제출국 되는 과정에서 죽음에 이른 이들이 있었습니다. 가깝게는 지난 2019년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구금중이던 보호외국인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지난해 12월 20일에는 서른 한 살의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가 한파속 경기도 포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을 거두웠습니다. 이주 노동자는 한파에 난방이 잘 안되는 열악한 숙소에서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일자리를 잃고 미등록 체류자가 되거나 돌아가려야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많은 이주민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보호소 안에 무작정 구금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 정부가 여전히 이주민들의 목숨보다 통제와 관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외국인보호소는 국민이 아닌 존재들에 대한 국가의 억압과 폭력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고, 정의롭지 않은 출입국·외국인정책을 유지하고 순환시키는 장치입니다. 외국인보호소가 보호하고 있는 것은 주권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위선과 이기심, 허울뿐입니다.
현 정부가 내건 ‘사람이 먼저’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수많은 이주민들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필요와 이익을 위해 단기간 사용하고 내버리는 일회용 소모품 취급을 당합니다. 박해를 피해 온 난민들은 가짜 난민이라는 의심속에서 끝없이 증명을 요구 받습니다. 단속과 구금, 추방으로 이어지는 법과 제도는 이주민들의 삶을 옭아매고 결국에는 이 땅에 뿌리 내리지 못한 채 죽거나 사라지게 합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14년 전 여수참사의 희생자들을 비롯하여 오늘날에도 대한민국의 출입국·외국인 정책으로 인해 차별당하고 고통받는 수많은 이주민들에게 사죄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과 죽음, 내쫓김과 사라짐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기억에서 조차 내쫓기고 사라지지 않기를 원합니다. 우리 자신은 물론 한국의 시민들과 정부가 여수외국인보호소 참사를 추모하며 그날로부터 2021년 오늘을 깊이 성찰하기 바랍니다. 존재 자체가 불법인 사람은 없습니다. 미등록 체류자들을 합법화하여 한국 사회에 기여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때려잡고, 가두고, 내어쫓는 것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출입국·외국인정책의 전향적 변화를 촉구합니다. 이주노동자를 노동력으로만 규정하지 말고, 그들의 인권과 생명, 인격도 아껴주시길 정부에 요구합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지금도 어딘가에서 사랑하는 이의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고 슬퍼하고 있을 유가족들의 마음에도 위로가 있길 바랍니다.
-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4주기를 추모하며 참석자 일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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