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력의 시녀’ 자초하려는가

관리자
발행일 2003-02-04 조회수 3

검찰, ‘권력의 시녀’ 자초하려는가  
시민단체, “대북 뒷거래가 통치행위라고?” 반발 성명 잇따라 2억 달러 대북 비밀 지원과 관련 김대중 대통령의 ‘사법심사 불가’언급과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의 ‘정치적 고려’발언,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국회가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발언 등이 나오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치 않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김각영 검찰총장이 3일 점심식사를 위해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가면서 4000억원 대북 비밀 지원사건 수사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대북지원의 실체가 밝혀지기도 전에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것은 의혹을 부추기는 꼴이라는 반응이다. 또 이번 일로 김대중 대통령에게 사과할 기회를 제공하고, 노 당선자도 투명한 환경에서 정치를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왔지만 노 당선자는 오히려 부패에 난도질당한 김대중 대통령과 한배를 타려고 한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노 당선자는2월 3일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이번(2억달러 대북 지원) 사건의 진상은 밝혀져야 하지만 국회가 외교적 파장과 국익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이에 앞 선 문 비서실장의 발언과 맥을 같이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되, 통치행위인 만큼 사법처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며, 한나라당은 특검제를 운운하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 서울지검은 3일 법률·정치·국제적인 면을 고려해 당분간 수사유보 후 정치권이 국정조사나 특검제 등의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이후에 수사착수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대북 비밀지원 수사유보 입장에 대해 한나라당 배용수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검찰이 수사를 하기도 전에 성격을 규정하고 한계를 짓고, 국익이니 실익 없는 수사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검찰이 진실규명보다 검찰총장 임기 보장이라는 말에 솔깃해 벌써부터 정권의 논리를 쫓다가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배 부대변인은 노무현 당선자의 ‘국회가 판단해야…’발언에 대해서도 “검찰수사 착수 결정을 앞둔 시점에서 노 당선자의 발언은 ‘수사를 하지 말라’는 방향제시”라며 “범죄행위 등 법적인 잘못은 검찰에서 수사하면 되고 그 외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에 대해서 국회에서 밝히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사법심사 불가’언급과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의 ‘정치적 해결’이라는 발언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들을 가치도 없는 발언들”이라고 입을 모으며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자유시민연대 김구부 사무총장은 “일단 규명을 하고 난 후 통치행위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말한 뒤 “자금을 송금한 불법적인 과정과 국민 세금을 동의 없이 자의적으로 사용한 점을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간다면 또 다른 의혹을 부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김 사무총장은 노 당선자에게는“이번 사건을 깨끗하게 정리한 후 국정수행을 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으며, 검찰도 “김 대통령의 고해성사와 별개로 검찰이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우리 정부나 기업이 북한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나 지원과정에서의 투명성과 관련해서는 철저히 조사하고,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논의한 바 없지만 남북관계에서 또다시 갈등이 생길 것을 우려한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김희덕 간사는 “이 사건은 분명히 통치행위가 아니며, 설사 그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법심사 대상의 예외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간사는 “국회에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고발 청원을 제출할 예정이며, 임동원 특보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문 내정자의 ‘통치행위론’주장에 대해 “최근에 발행된 법학서적에는 나와있지도 않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추세가 담긴 헌법재판소의 판례도 있다”면서 “전제군주 시대의 유물로 전략한 법을 21세기에 적용시키겠다는 것은 구시대적 사고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시민회의는 이미 작년 10월 산업은행의 현대상선에 대한 부당대출 혐의에 대해 관련자들의 사법처리를 촉구하며 검찰에 고발한 바 있어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 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민회의는 검찰이 통치행위임을 들어 수사를 포기한다면 그 통치행위가 위헌이라는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뚜렷한 결론 없이 계속 수사를 지연한다면 수사지연을 이유로 그 부작위에 의한 헌법소원을, 여론에 떠밀려 미진한 수사 후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불기소처분 등을 내린다면 그 불기소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끝까지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노 당선자가 틀어 놓은 뱃머리에 검찰이 키를 맞추고 있다는 의견이 지적되자 시민단체들이  진상 규명을 한 목소리로 또렷하게 외치고 있어 향후 노 당선자와 검찰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혜원 기자
다음은 대북 비밀지원과 관련 ‘통치행위’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입장을 밝힌 성명서다.
對北 뒷거래가 통치행위라고?
감사원이 1월 30일 “현대상선이 남북정상회담 직전 산업은행에서 불법으로 대출받은 4,000억원 중 2억달러 상당을 대북관련사업자금 명목으로 북한에 지급했다”고 발표한 것은 진실을 밝히려기보다는 대북(對北) 뒷거래 의혹을 더 이상 덮어두기 어렵게 되자 ‘대북사업’으로 포장하려는 데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김대중 대통령이 이와 관련, “남북 경제협력자금으로 사용된 것이라면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는 곧 김 대통령이 대북 뒷거래의 중심에 있음을 실토한 게 아닌가? ‘경제협력자금’으로 쓰인 것이었다면 그 구체적 내역을 밝히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며, 왜 정부는 그간 뒷거래 의혹 제기에 대해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닫아 왔는가. 또 민주당 등 여권은 무슨 까닭으로 그처럼 부인(否認)으로 일관해 왔단 말인가.
대북정책이 되었든 사업이 되었든 투명성이 생명이다. 그래야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은 베일 속에 가려 있는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검은 뒷거래가 아니라면 밝히지 못할 일이 무엇인가.
감사원 발표는 남북정상회담이 추악한 뒷거래에 의한 것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이고, 이는 다시 김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검은 돈으로 산 데 지나지 않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큰 것이다.
자유시민연대는 이미 이와 같은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뿐 아니라 김정일이 왜 그토록 오만하고 안하무인격으로 우리 정부를 무시해 왔는지, 김대중 정부가 김정일에 대해 왜 그토록 비굴할 정도로 저자세로 일관했는지와 관련해서도 대북 뒷거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정일에게 발목을 잡히지 않았다면 그처럼 끌려 다니기만 할 리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뒷거래가 사실로 드러난 이상 김대중 정부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누구보다도 김 대통령이 직접 밝히고 국민의 용서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통치행위 운운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김 대통령의 고해성사와는 별개로 검찰이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그럼으로써 권력의 시녀라는 불명예를 불식시키고 실추된 검찰의 명예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2003. 2. 3
자유시민연대

불법적인 대북지원 통치행위 아니다.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김대중 대통령은 “현대상선의 일부 자금이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사용된 것이라면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했고, 이어 검찰은 이러한 행위가 통치행위에 해당하는 지 법률검토에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24조에 의하면 정부는 필요한 경우 남북교류·협력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기타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일정한 요건을 갖춘다면 적법절차에 따라 북한에 대해 지원할 수 있는 명문규정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불법적인 지원을 하고 그 전모를 투명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는 구차하게 현대 공법학에 이르러 이미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한 이른바 ‘통치행위’ 개념으로 국민에게 비정상적인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알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이 사건을 피해가려 하고 있다. 설사 ‘통치행위’ 라는 개념을 인정한다 할 지라도 그것이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될 때는 엄격한 요건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국내외 다수 공법학자들의 견해이자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례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1996년 [93헌마186] 결정에서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하여 행해지는 국가작용이라고 할 지라도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 당연히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시민회의(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현대상선를 통한 대북지원설이 명백히 밝혀지기를 촉구한다. 이에 이미 작년 10월 산업은행의 현대상선에 대한 부당대출 혐의에 대해 관련자들의 사법처리를 촉구하며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 사건은 분명히 통치행위가 아니며, 설사 그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법심사 대상의 예외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시 한번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바이다. 또한 정부도 밝힐 것이 있다면 투명하게 진실을 밝히고 국민들에게 겸허하게 양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국민적 합의로 만들어진 여러 남북교류 관련 법률과 여론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같은 동포로서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강화되어야 마땅하다. 다만 우리가 지적하는 것은 법과 원칙을 무시한 무분별한 대북지원은 올바른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민회의는 우선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 하지만 만일 검찰이 통치행위 임을 들어 수사를 포기한다면 그 통치행위가 위헌이라는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뚜렷한 결론없이 계속 수사를 지연한다면 수사지연을 이유로 그 부작위에 의한 헌법소원을, 여론에 떠밀려 미진한 수사 후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불기소처분 등을 내린다면 그 불기소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끝까지 진실을 밝힐 것을 천명하는 바이다. 검찰의 태도를 예의주시 하겠다.
2003. 2. 1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출처 : 인터넷 독립신문 http://www.independ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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