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가 만난 사람-5

관리자
발행일 2005-06-07 조회수 6

별주부가 만난 사람-5
이종균 회원 가족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안돼요.  저는 말주변이 없어서 인터뷰 같은 건 안해요. 죄송합니다”.간곡하게 거절하시는 사모님께 오히려 죄송하다는 마음이 생길 정도다.
이런 거절을 무릅쓰고 회원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염려가 앞서신다. ‘가게를 하고 있으니 혹 상업적 냄새가 풍기지 않을까’ 하신다. 수확철을 맞은 마늘이 산더미처럼 쌓인 가게 안을 들어서니 컴퓨터 모니터를 열심히 보고 계시는 사모님과 아드님, 앉을 자리라도 마련해야겠다고 탁자를 옮기시는 회원님 ....  정겹다.

아시는 분은 잘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통 모르시는 회원님을 찾게된 건 좀 더 가까이 대하고 싶어서다. 가게는 친환경 농업 연구회  활동을 하시면서, 잘 가꾸어 놓은 농산물의 판로를 모색하는 중에 문을 열게 되었다고 하신다. “참(眞)마을” 그렇다고 친환경 농산물만 판매하는 건 아니다.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고루 갖추어 정직하게 표시하여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계신다. 이 가게의 농산물이 비싸지 않은 건 친환경 농산물은 지역에서 순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전남지역내의 농산물만을 취급하는 유통구조에 답이 있다.

회원님께서는 넉넉치 않은 농사꾼의 자식으로 태어나 아버님을 일찍 여의셨다고 하니
살아오신 길은 대충 짐작이 간다. 농촌에서 어렵게 지낸 사람들은 오히려 농촌을 외면하기 쉬운데 어찌 어려운 길을 택하게 되었는 지 궁금했다.
“ 기(氣)가 막히면 죽습니다”. 열너댓살 때 2번에 걸친 농약중독을 경험하게 되고 인간에게 해가 되는 농법이 땅의 기를 막히게 한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져 ‘살리는 농법’을 고민하게 되셨단다. 지금처럼 농업에 체계가 잡히기까지는 안해 본 일이 없이 험난했었노라고, 부자집 딸로 곱게 자란 사모님을 참 고생 많이 시키셨다고 ,  사모님께서 잠깐 자리를  비운 새에 말씀을 낮추신다. 이제는 자신감도 있고 여수 지역에 새로운 농법을 보급하고 싶어지셨단다.  새로운 농법이라고는 하지만 실은 조상들이 해왔던 농법에 (일명 숯댕이 농법)에 현대 농법을 접목 시킨거라고 하신다. 지금껏 세분의 훌륭하신 스승님을 모시게 된 것도 크게 보탬이 되셨다고. 올 봄에 교통사고를 당하셔 건강관계로 지금은 직접 생산하는 농산물이 없고 농가에 지도만 하고 계시지만 준비 중이시란다.
회원님께서는 농사가 아니고 농업을 하시겠다는 포부를 말씀하신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께서 해 오신 뼈빠지게 일하고 제 값을 받지 못하는 농사가 아니고 일한 만큼의 댓가가 돌아오는 농업을 하게 되면 직업으로서 이일을 당당히 택하지 않을까 하신다. 올해는 친환경 농법을 농가에 보급코자 동각투어(가칭)을 계획 중이시고, 장기적목표는 농민판매 연대를 만들어 모종생산에서부터 판매까지 보장되는 시스템 확보라고 하신다.
  
올 봄에는 관기 들판에 배추밭을 개방하셨다. ‘멀리 갈 필요 뭐 있겠는가, 함평나비축제에서 생각을 얻고, 배추꽃이 유채꽃보다 빨리 피니 직접 가꾸시는 배추밭에 노란꽃을 피워보자.배추꽃과 더불어 청벌레 , 나비가 찾아드는 노란물결을 만들어보자’.자 생각하셔 관기 배추밭을 친환경 농산물의 주 소비층인 아이들의 현장학습 공간으로 개방하셨다. 놀자놀자 회원들이 어찌나 극찬을 하던지.
14년 10개월의 택시운전과 지난한 과정들이 이종균 회원님께는 신념으로 자리잡아 51세라는 나이를 감추어 놓았다.2살 아래이신 사모님과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따님, 복학을 기다리며 부모님 일을 돕고 있는 아드님.. 이렇게 단란한 네 가족.  
다른 누구도 아닌 가족이 인정해 주는 일이란 얼마나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가!
처음 말씀 하셨던 대로 사모님께는 한마디도 여쭐 수 없었고, 사진을 찍으시는 것도 수줍어 하셨다. 못생겨서 그러신단다. 사모님! 겸손이 지나치면 오만이라고 오해한다니까요!내년 봄에는 노~란 배추꽃 물결 속에서 회원들 단합대회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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