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은 생태파괴의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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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5-10-18 조회수 15

조류독감은 생태파괴의 경고장
[문화일보]    
  
구정은기자 koje@munhwa.com  

아시아에서 시작된 조류독감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조류독감으로 740만명이 숨질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은 가운데, 얼마전에는 1918년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스페인독감이 최근 발생한 아시아 조류독감과 유사한 바이러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외신 보도가 뒤따랐다.
사실 신종 독감의 유행 가능성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세계적 역사학자인 미국 시카고대의 윌리엄 맥닐 교수는 1975년 펴낸 ‘전염병의 세계사’에서 “인류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전염병으로는 1918~1919년 유행했던 것과 같은 인플루엔자를 들 수 있다”면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불안정성과 변종 출현 가능성을 언급했다. 조류독감에 대한 경고는 벌써 30년전부터 나왔던 셈이다.
문명의 전파와 정복전쟁에 동반된 전염병의 역사에 천착해온 맥닐은 전염병을 돌발적인 사건으로 보지 않고, 환경과 인간의 교류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적응 과정의 일부로 파악한다. 전염병은 생활환경의 변화나 생태계 질서의 교란, 인구 증가 등이 총체적으로 맞물려 나타나는 ‘사회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그의 시각을 받아들인다면, 첨단을 자랑하는 21세기에 전염병이 여전히 지구촌을 공포에 떨게하는, 얼핏 부조리해 보이는 현상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전지구적으로 통합된 글로벌 시스템 속에서 급속히 퍼져나가는 조류독감의 이면에는 세계화로 오히려 가난해져가는 빈곤지역들의 열악한 보건현실이 숨어 있다. 더욱이 인체에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H5N1 바이러스는 치료약 개발에 맞춰 계속해서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류독감은 자연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환상 속에서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무시하고 과학의 단기적인 성과에만 눈이 멀었던 인류에게 던져진 경고장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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