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공터 좀 갈아두고 끓고 있는 호박죽 한그릇 할까 하는데 친구가 한잔 하잔다 - 9월 20일 김성률 회원(여수환경운동연합 밴드글)

관리자
발행일 2017-09-26 조회수 30



텃밭 공터 좀 갈아두고 끓고 있는 호박죽 한그릇 할까 하는데 친구가 한잔 하잔다. 죽이 끓기를 기다려 옴팡 싸들고 저녁길을 나선다.
노랗게 익은 마음 덕일까? 둘러앉은 벗들 한보시기씩 나누고, 일하는 아줌마들도 한보시기씩 덜어두고, 사장님은 단골 손님들한테도 한보시기씩 돌린다.
한잔 얻어 걸치고 돌아와 며칠 전 따온 박 한 통을 켠다. 스르렁스르렁스렁스렁... 쩍 갈라놓고 보니 흥부네 박처럼 금은보화는 안 나오고 그저 하얀 박 속. 씨앗들이 뭔일인가 하고 꿈벅거리고 있다.
어디서 복타령인가 하며 박 속을 긁어낸다. 손이 아리다. 밤이 깊은데 박 속을 파고 긁고.. 풀벌레들이 놀려대는 소리에 밤은 더 깊어간다.
씨는 씨대로 박속은 박속대로 바가지는 바가지대로..
씨앗은 내년으로, 박속은 내일 반찬으로.. 그럼 바가지는 뭐하지? 혹시 속이라도 아리거든 한바가지 퍼내는 데 쓸까? 이루지 못한 욕심 저기에 담아 바람 좋은데 널어나 둘까? 그 욕심, 꼬들꼬들 말라 가벼워지도록..
글고 보니 박 속에는 박복함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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