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줄까? 수십만평 숲으로 줄까?

관리자
발행일 2006-08-12 조회수 27

[도치기현] 혼다가 조성한 15만여평 규모의 숲 ‘헬로 우드’


일본기업 친환경 사회환원 현장 탐방기
돈으로 줄까 /수십만평 숲으로 줄까

[한겨레]2005-06-22 02판 33면 2520자
도쿄에서 동북쪽으로 100여 ㎞ 떨어진 도치기현 모테기 지방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혼다가 조성한 15만여평 규모의 숲 ‘헬로 우드’가 자리잡고 있다. 초여름 가랑비가 흩뿌리던 지난 10일 오후에 찾은 ‘헬로 우드’는 산책길부터가 남달랐다. 잦은 왕래로 인해 땅이 굳어지는 것을 막고, 비 오는 날 수분 흡수를 위해 뿌려놓은 우드칩(산림을 솎아내며 베어낸 간벌재를 잘라 3~4㎝ 크기로 나눈 조각들)이 ‘자연을 밟는 듯한’ 푹신푹신함을 느끼게 한다.
물론 색다른 산책로가 전부는 아니다. 카레이싱 경주장과 자동차 박물관 등 개발지 60여만평 바로 옆에 들어선 이 숲에서는 여러 종류의 숲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다. 장수풍뎅이의 관찰·채집과 반딧불 투어부터 나무끼리의 마찰로 불을 지펴 음식을 조리해가며 강의 원류에서부터 태평양까지를 탐방하는 30박31일짜리 원시체험 캠프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일년 내내 이어진다. 사시사철 물을 담아놓아 그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논과, 곤충·야생쥐의 생태를 살필 수 있는 나무 건물 등 전시·체험 시설도 여럿이었다.
3~9살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가 80%인 이곳 숲의 방문객은 한해 6만여명. 이런 성공적인 숲 운영의 비결은 소유와 운영의 철저한 분리다. 혼다는 조성·운영 자금은 지원하지만, 지금까지 운영은 철저하게 숲 전문가에게 맡겨왔다.
“홋카이도에서 민간 자연 체험장(네이처 센터)을 만들어 10여년째 운영하던 7~8년 전, 혼다 쪽에서 ‘헬로 우드’ 운영을 제안했다. 제안을 수락한 뒤 현장·현실·현물이라는 원칙을 세워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숲 운영 책임자 사기노(48)는 “지금도 나를 비롯한 민간 활동가 19명이 프로그램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며 “혼다는 행정지원 인력 7명을 파견해 우리 활동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김재현 생명의숲 사무처장(건국대 생명자원환경과학부 교수)은 “혼다는 자동차로 인한 소음과 매연 등을 사회적으로 보상하는 차원에서 숲을 조성해 시민에게 개방했다”며 “기업에서는 운영비 2억엔(20억원) 가량을 매년 지원하면서도 운영에는 간섭하지 않아 ‘민간 참여형’ 기업 사회환원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숲 조성을 통한 사회환원은 혼다와 같은 대기업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홋카이도의 도카치평야 서쪽에 위치한 ‘천년의 숲’(120만여평)을 조성하고 운영하는 주체는 지방지인 도카치마이니치 신문사.
올해 초에 1차로 주민에게 개방됐지만, 아직 조성 과정에 있는 ‘천년의 숲’은 ‘자연 회복형 숲 가꾸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숲을 빽빽이 채우고 다른 식물의 생장을 막아온 조릿대를 3년 전부터 베어주고 있다. 그 뒤로 땅속에 묻혀 있던 다른 식물들의 씨앗이 올라와 숲속의 생물 다양성이 부쩍 늘었다. 인공적 이식이 아닌 숲에 잠자던 종자들이 깨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숲 조성을 제안하고 전체 조경 설계를 담당한 ‘다카노 랜드스케이프 플래닝’의 다카노(61) 사장은 “삼림·언덕·물·지형 등 7개 테마별 가든을 조성 중”이라며 “숲속 나무집에서는 예술작품 전시회도 열 계획이고, 전체 숲을 자연과 예술, 숲과 인간의 적극적 만남의 장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애초 산림을 개발해 스키장 등 리조트 시설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가 숲을 조성하기로 마음을 바꾼 도카치마이니치 신문사 하야시 사장은 “신문이 종이를 사용하고 종이는 나무에서 오는만큼, 사용한 종이 양만큼 숲을 만들어 시민에게 되돌려 주자는 취지에서 숲을 만들고 있다”며 “이런 것이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신문사는 인건비를 제외하고 매년 6천만엔(6억원)을 ‘천년의 숲’ 조성 사업에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년의 숲’에서 50㎞가량 떨어진 오비히로시(인구 17만)의 외곽. 이곳에는 이 지역 중견 건설업체인 다카하시 건설의 사옥이 자리잡고 있다. 작은 숲처럼 보이는 건물이다. 옥상을 지표면과 비스듬히 연결해 건물 위도 지표면의 자연 생태계와 연결되도록 했으며, 사옥 사방의 숲은 풍수지리에 근거해 각기 다른 색깔의 자연석으로 꾸며져 있었다. 또 3천평 규모의 대지에는 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바깥에서는 사옥 건물조차 보이지 않았다. 자연을 파괴하고 개발하는 ‘20세기형 건설’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존하는 ‘21세기형 건설’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은 이 사옥은 사원 대토론회를 거쳐서 결정됐다.
이 ‘숲속 사옥’을 설계한 다카노는 “행인들이 들어와 언제 이렇게 좋은 공원이 생겼냐며 놀라거나 소풍을 오는 경우도 있다”며 “숲의 경관적 가치와 생태적 가치를 종합해 이웃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홋카이도, 도치기/글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사진 생명의숲 제공, 후원 유한킴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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