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현관에서 돌아서 집 주변을 둘러본다 - 김성률(4월 12일)

관리자
발행일 2018-05-03 조회수 21



향이 나는 것들이 뾰루뚱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살짝 얼르기만 해도 몸서리치는 로즈마리, 들었는데 기억나지 않는 저 꽃, 씨앗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민들레(엉거주춤 앉아서 쳐다보려 하다 바싹 마른 풀가지에 똥침을 당함), 쪽빛으로 달아오른 무스카리, 향은 진한데 얼핏보면 지나치고 말 완도호랑가시꽃, 평강공주처럼 진짜를 담금질해낸 모과꽃, 낮은 자들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장딸기꽃, 시골의 깡을 앝보지 마라는 돌배꽃... 나는 짝사랑에 젖어있던 총각 때처럼 혼자서만 몸달아 한다.
흥에 겨운 나머지 초호마을 이남씨가 준 두릅에다 텃밭에서 뜯어온 도라지 순을 차려 막걸리 한 잔 따른다. 봄이 익고 술이 익고 내 속도 얼얼하니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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