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전쟁을 하려 할까

관리자
발행일 2013-05-02 조회수 5


우리는 왜 전쟁을 하려 할까










개성공단이 기어코 문을 닫으려 한다


. 6


조니 뭐니 하는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지만 개성공단 이후의 남북 관계가 더욱 걱정스럽다


.


개성공단의 폐쇄는 단순한 경제적 측면에서만 다뤄질 문제가 아니다


.


개성공단은 햇볕정책의 중요한 성과이며


,


남북 화해가 일구어낸 평화 공존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것의 부재는 남북의 대결과 냉전의 파국을 우려하게 한다


.




한반도에 전쟁의 암운이 짙어지는 상황에서도 남북의 위정자들은 연일 서로에게 물러설 것을 요구하며 누구도 먼저 물러서려 하지 않고 있다


.


대화인지


,


협박인지 모를 말들을 주고받으며 너무도 쉽게 전쟁이라는 말을 입에 오르내리는 당국자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경은 불안하기만 하다


.


여론을 안정시키고 대화를 촉구해야 할 정치인들과 언론마저 오히려 전쟁을 부추기기라도 하는 듯이 상대를 자극하는 발언을 마다하지 않고 쏟아낸다


.


북은 사사건건 공멸의 핵무기를 앞세우며 강박하고


,


남쪽에서도 그에 맞설 강력한 무기의 도입에만 열을 올릴 뿐


,


막상 어느 쪽도 대화의 자세는 보이지를 않는다


.


대화에는 조건이 없어야 한다


.


평화는 무기를 내려놓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


상대가 무기를 들었다고 저도 무기를 집어드는 것은 모든 전쟁의 시작이 된다


.


무기와 무기가 만나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전쟁뿐이다


.


대화는 상대에게 먼저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


자신이 먼저 내려놓은 뒤에 하는 것이다


.


평화는 대결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


전쟁은 언제나 상대를 물러서게 하려고 겁박하다가 시작되었다


.


전쟁은 상대를 의심하고


,


오지 않을 피해를 우려하는 데서 촉발된다


.






뒤늦은 대화






300


만 명 이상의 희생자들 내고도 어느 누구도 승자라고 할 수 없었던


20


세기 최대의 참극인 베트남 전쟁에서 답을 찾아보자


.


베트남 전쟁이 끝난 뒤


22


년이 지난


1997



6


월에 베트남전에 책임이 있는 미국과 베트남의 베트남전 고위 인물


26


명이 하노이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


대화의 주제는



우리는 왜 전쟁을 했을까



였다


.


대화의 결말은 베트남이나


,


미국이나 어느 쪽도 먼저 전쟁을 할 의사가 없었다는 사실이며


,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였으며


,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점이다


.




미국측 맥나마라의 말에 따르자면


,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욕심보다는 베트남이 공산화될 경우 동남아시아 전체에 공산혁명이 일어나리라는 도미노 효과를 두려워했다고 한다


.


이에 대해 전쟁 당시 북베트남 외무부 대미정책국장이었던 찬 쿠안 코는


미국이 잘못된 정세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


그에 따르자면 베트남은 주변국가의 공산화는 관심도 없었고


,


오로지 베트남의 통일만을 원했다고 했으며


, “


소련과 중국과의 관계도 상호 의존관계였지


,


결코 중국이나 소련에게 지시


,


명령을 받는 관계가 아니었다


.”


고 밝히고 있다


.




상대를 의심하고 잘못 판단하는 것만으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몇 번의 기회는 있었다


.


찬 쿠안 코는 이에 대해



만약 트루먼 대통령이


1945



9


월에 호치민 주석이 보낸 편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베트남을 다시 식민지로 만들려는 프랑스에 반대했더라면 베트남의 독립은 미국


,


프랑스와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달성되었을 겁니다


.


두 번째 놓쳐 버린 기회는


1954


년에 열린 제네바 회의입니다


. 54


년의 제네바 회의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전쟁을 종결시키고 베트남에 안정된 평화를 가져다둘 회의였습니다


.


제네바 회의에서 체결된 제네바 협정은


2


년 후인


1956


년에 자유 선거를 실시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


만약 그 때 선거가 실시되었더라면 베트남의 평화적인 통일을 향한 기초가 마련되었을 것입니다


.”

(히가시 다이사쿠



우리는 왜 전쟁을 했을까


?’


역사넷


. 2004)


라고 말하고 있다


.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 평화의 기회를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


당시 미국무성 베트남 전문관이었던 체스터 쿠퍼는



당시 미국 정부는 그것 말고도 달리 현안이 무수하게 산적해 있어서


,


베트남 정도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


당시 우리가 관심이 가진 것은 독일과 일본이지 베트남은 아니었습니다


.”


라고 말하고 있다


.


한 마디로 베트남이 욕심나서 전쟁을 일으킨 게 아니라는 말이다


.


그렇다면 어째서 욕심도 없는 베트남에 군대를 파병했을까


.


맥나마라는 이에 대해



케네디 대통령과 존슨 대통령의 명예를 위해서도 맹세코 말씀드립니다만


,


우리는 결코


,


결코 베트남의 독립과 통일 그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닙니다


.


이 점만은 알아주시기를 바랍니다


.


만약 이 점이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의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


당시 우리가 우려하고 있던 것은 베트남이 중국과 소련의 앞잡이가 되어 공산주의의 확대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


지금 말씀대로라면 분명히 그것은 우리의 오해였을지 모르겠습니다


.”


라고 말하고 있다


.




결국 이들은 하지 않아도 될 전쟁에


300


만 명이라는 억울한 희생자와 엄청난 물화를 퍼부어야 했던 것이다


.


그리고 그들이 얻은 결과는



우리는 왜 전쟁을 했을까



라는 뒤늦은 후회의 대화였다


.


만약 시간을 되돌려 이 뒤늦은 대화를 먼저 했다면 미국이나 베트남은 그 추악하고 무의미한 전쟁의 참극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


그런데 지금 남북의 위정자들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


.






그렇게 오해와 잘못된 정보 판단에서 일어난 전쟁의 착오를 그리 오래도록 이어간 것은 무엇일까


.


미국측 체스터 쿠퍼의 말이다


. “


나도 요구는 했지만 실제로는 나 같은 사람이 북폭을 중지시킬 수는 없습니다


.


중지시킬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존슨 대통령이었지요


.


그러나 그는 폭격을 중지시키는 것을 꺼렸습니다


.


베트남을 교섭 테이블로 불러 오는 방법은 폭격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


만약 정말 협상을 바란다면 폭격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정부 내에 늘 존재했습니다


.


이것은 협상을 위해서는 폭격을 중지해야 한다는 생각과 정면에서 대립하는 사고방식입니다


.”




놀랍지 않은가


?


상대를 교섭 테이블로 불러오기 위해서는 폭격해야 한다는 생각이 바로 그 잘못된 전쟁을 계속하게 했다는 사실이다


.


핵무기를 내려놓으라고


,


한미군사훈련을 멈추라고


,


상대를 강박해야만 교섭 테이블로 불러낼 수 있다고 믿는 생각들이 지금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다면


,


그 결과는 무엇일까


.






금화터널과 대통령






그렇게 시작된 베트남전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가


.




미국이 청하기도 전에 자발적으로 파병을 제안한 박정희 대통령은 과연 어떤 생각으로 월남의 패망을 바라보았을까


. “


1975


년 남베트남 정권이 무너지는 등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박정희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를 느꼈다


.


그는 청와대에서 김포공항까지 만약의 경우 최단 시간에 달릴 수 있는 길을 놓고자 했고


,


그 떄문에 청와대


-


금화터널


-


성산대교


-


김포공항을 잇는 길이 뚫리게 되었다


.


이 때문에 고가도로가 바로 독립문의 머리 위로 지나가게 되어 영 모양이 우습게 되었기에 독립문이 원래의 위치를 떠나게 된 것이다


. ”

(한홍구



한홍구와 함께 걷다



검둥소


. 2009)





전쟁을 불사하겠다며


,


대결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도 막상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찌할 것인가를 자명히 보여주는 일이다


.


전쟁은 노인이 일으키고 나가서 죽는 것은 젊은이들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


남이건 북이건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너무도 쉽게 입에 올리는 전쟁에 대해 누구도 그 참혹한 전쟁의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


저만 살겠다고 외국으로 날아가기 위해 공항 가는 직행도로를 뚫기 위해서 독립의 기념물이고 무어고 뜯어고치는 냉전 시절의 지도자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따라서 남북의 위정자들은 자신이 책임지지도 않을 전쟁을 부추겨서는 안된다


.




전쟁은 언제나 평화를 지키려고 한다고 하지만


,


이 세상에 평화로운 전쟁은 없다


.


전쟁은 일단 시작되고 나면 멈출 수가 없으며


,


누구도 책임을 지는 이가 없으며


,


이성의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못하는 집단광기에 빠져들고 만다


.


아직 이성의 힘이 남아 있을 때에 선동과 무책임한 발언으로 동족상잔과 공멸의 전쟁을 부추겨서는 안될 것이다


.









글/ 이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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