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전쟁을 하려 할까
우리는 왜 전쟁을 하려 할까
개성공단이 기어코 문을 닫으려 한다 . 6 조니 뭐니 하는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지만 개성공단 이후의 남북 관계가 더욱 걱정스럽다 . 개성공단의 폐쇄는 단순한 경제적 측면에서만 다뤄질 문제가 아니다 . 개성공단은 햇볕정책의 중요한 성과이며 , 남북 화해가 일구어낸 평화 공존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것의 부재는 남북의 대결과 냉전의 파국을 우려하게 한다 .
한반도에 전쟁의 암운이 짙어지는 상황에서도 남북의 위정자들은 연일 서로에게 물러설 것을 요구하며 누구도 먼저 물러서려 하지 않고 있다
.
대화인지
,
협박인지 모를 말들을 주고받으며 너무도 쉽게 전쟁이라는 말을 입에 오르내리는 당국자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경은 불안하기만 하다
.
여론을 안정시키고 대화를 촉구해야 할 정치인들과 언론마저 오히려 전쟁을 부추기기라도 하는 듯이 상대를 자극하는 발언을 마다하지 않고 쏟아낸다
.
북은 사사건건 공멸의 핵무기를 앞세우며 강박하고
,
남쪽에서도 그에 맞설 강력한 무기의 도입에만 열을 올릴 뿐
,
막상 어느 쪽도 대화의 자세는 보이지를 않는다
.
대화에는 조건이 없어야 한다
.
평화는 무기를 내려놓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
상대가 무기를 들었다고 저도 무기를 집어드는 것은 모든 전쟁의 시작이 된다
.
무기와 무기가 만나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전쟁뿐이다
.
대화는 상대에게 먼저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
자신이 먼저 내려놓은 뒤에 하는 것이다
.
평화는 대결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
전쟁은 언제나 상대를 물러서게 하려고 겁박하다가 시작되었다
.
전쟁은 상대를 의심하고
,
오지 않을 피해를 우려하는 데서 촉발된다
.
뒤늦은 대화
300
만 명 이상의 희생자들 내고도 어느 누구도 승자라고 할 수 없었던
20
세기 최대의 참극인 베트남 전쟁에서 답을 찾아보자
.
베트남 전쟁이 끝난 뒤
22
년이 지난
1997
년
6
월에 베트남전에 책임이 있는 미국과 베트남의 베트남전 고위 인물
26
명이 하노이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
대화의 주제는
‘
우리는 왜 전쟁을 했을까
’
였다
.
대화의 결말은 베트남이나
,
미국이나 어느 쪽도 먼저 전쟁을 할 의사가 없었다는 사실이며
,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였으며
,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점이다
.
미국측 맥나마라의 말에 따르자면
,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욕심보다는 베트남이 공산화될 경우 동남아시아 전체에 공산혁명이 일어나리라는 도미노 효과를 두려워했다고 한다
.
이에 대해 전쟁 당시 북베트남 외무부 대미정책국장이었던 찬 쿠안 코는
미국이 잘못된 정세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
그에 따르자면 베트남은 주변국가의 공산화는 관심도 없었고
,
오로지 베트남의 통일만을 원했다고 했으며
, “
소련과 중국과의 관계도 상호 의존관계였지
,
결코 중국이나 소련에게 지시
,
명령을 받는 관계가 아니었다
.”
고 밝히고 있다
.
상대를 의심하고 잘못 판단하는 것만으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몇 번의 기회는 있었다
.
찬 쿠안 코는 이에 대해
“
만약 트루먼 대통령이
1945
년
9
월에 호치민 주석이 보낸 편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베트남을 다시 식민지로 만들려는 프랑스에 반대했더라면 베트남의 독립은 미국
,
프랑스와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달성되었을 겁니다
.
두 번째 놓쳐 버린 기회는
1954
년에 열린 제네바 회의입니다
. 54
년의 제네바 회의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전쟁을 종결시키고 베트남에 안정된 평화를 가져다둘 회의였습니다
.
제네바 회의에서 체결된 제네바 협정은
2
년 후인
1956
년에 자유 선거를 실시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
만약 그 때 선거가 실시되었더라면 베트남의 평화적인 통일을 향한 기초가 마련되었을 것입니다
.” (히가시 다이사쿠 ‘ 우리는 왜 전쟁을 했을까 ?’ 역사넷 . 2004)
라고 말하고 있다
.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 평화의 기회를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
당시 미국무성 베트남 전문관이었던 체스터 쿠퍼는
“
당시 미국 정부는 그것 말고도 달리 현안이 무수하게 산적해 있어서
,
베트남 정도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
당시 우리가 관심이 가진 것은 독일과 일본이지 베트남은 아니었습니다
.”
라고 말하고 있다
.
한 마디로 베트남이 욕심나서 전쟁을 일으킨 게 아니라는 말이다
.
그렇다면 어째서 욕심도 없는 베트남에 군대를 파병했을까
.
맥나마라는 이에 대해
“
케네디 대통령과 존슨 대통령의 명예를 위해서도 맹세코 말씀드립니다만
,
우리는 결코
,
결코 베트남의 독립과 통일 그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닙니다
.
이 점만은 알아주시기를 바랍니다
.
만약 이 점이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의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
당시 우리가 우려하고 있던 것은 베트남이 중국과 소련의 앞잡이가 되어 공산주의의 확대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
지금 말씀대로라면 분명히 그것은 우리의 오해였을지 모르겠습니다
.”
라고 말하고 있다
.
결국 이들은 하지 않아도 될 전쟁에
300
만 명이라는 억울한 희생자와 엄청난 물화를 퍼부어야 했던 것이다
.
그리고 그들이 얻은 결과는
‘
우리는 왜 전쟁을 했을까
’
라는 뒤늦은 후회의 대화였다
.
만약 시간을 되돌려 이 뒤늦은 대화를 먼저 했다면 미국이나 베트남은 그 추악하고 무의미한 전쟁의 참극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
그런데 지금 남북의 위정자들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
.
그렇게 오해와 잘못된 정보 판단에서 일어난 전쟁의 착오를 그리 오래도록 이어간 것은 무엇일까
.
미국측 체스터 쿠퍼의 말이다
. “
나도 요구는 했지만 실제로는 나 같은 사람이 북폭을 중지시킬 수는 없습니다
.
중지시킬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존슨 대통령이었지요
.
그러나 그는 폭격을 중지시키는 것을 꺼렸습니다
.
베트남을 교섭 테이블로 불러 오는 방법은 폭격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
만약 정말 협상을 바란다면 폭격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정부 내에 늘 존재했습니다
.
이것은 협상을 위해서는 폭격을 중지해야 한다는 생각과 정면에서 대립하는 사고방식입니다
.”
놀랍지 않은가
?
상대를 교섭 테이블로 불러오기 위해서는 폭격해야 한다는 생각이 바로 그 잘못된 전쟁을 계속하게 했다는 사실이다
.
핵무기를 내려놓으라고
,
한미군사훈련을 멈추라고
,
상대를 강박해야만 교섭 테이블로 불러낼 수 있다고 믿는 생각들이 지금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다면
,
그 결과는 무엇일까
.
금화터널과 대통령
그렇게 시작된 베트남전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가
.
미국이 청하기도 전에 자발적으로 파병을 제안한 박정희 대통령은 과연 어떤 생각으로 월남의 패망을 바라보았을까
. “
1975
년 남베트남 정권이 무너지는 등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박정희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를 느꼈다
.
그는 청와대에서 김포공항까지 만약의 경우 최단 시간에 달릴 수 있는 길을 놓고자 했고
,
그 떄문에 청와대
-
금화터널
-
성산대교
-
김포공항을 잇는 길이 뚫리게 되었다
.
이 때문에 고가도로가 바로 독립문의 머리 위로 지나가게 되어 영 모양이 우습게 되었기에 독립문이 원래의 위치를 떠나게 된 것이다
. ” (한홍구 ‘ 한홍구와 함께 걷다 ’ 검둥소 . 2009)
전쟁을 불사하겠다며
,
대결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도 막상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찌할 것인가를 자명히 보여주는 일이다
.
전쟁은 노인이 일으키고 나가서 죽는 것은 젊은이들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
남이건 북이건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너무도 쉽게 입에 올리는 전쟁에 대해 누구도 그 참혹한 전쟁의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
저만 살겠다고 외국으로 날아가기 위해 공항 가는 직행도로를 뚫기 위해서 독립의 기념물이고 무어고 뜯어고치는 냉전 시절의 지도자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따라서 남북의 위정자들은 자신이 책임지지도 않을 전쟁을 부추겨서는 안된다
.
전쟁은 언제나 평화를 지키려고 한다고 하지만
,
이 세상에 평화로운 전쟁은 없다
.
전쟁은 일단 시작되고 나면 멈출 수가 없으며
,
누구도 책임을 지는 이가 없으며
,
이성의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못하는 집단광기에 빠져들고 만다
.
아직 이성의 힘이 남아 있을 때에 선동과 무책임한 발언으로 동족상잔과 공멸의 전쟁을 부추겨서는 안될 것이다
.
글/ 이시백 [리얼리스트100 뉴스레터 89호]에서 옴겨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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