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 시민추모대회 추모사(펌)

관리자
발행일 2003-03-05 조회수 12

3월 2일 대구에서 있은 대구지하철참사 2차 시민추모대회에서 낭독된
대구환경운동연합 정학대표님의 글입니다.
어떤 연설보다 더 큰 메아리가 되어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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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모 사
우리가 어떻게 편히 가시라는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떠나신 자리가 이토록 참담한데, 무슨 말로
이 낭자한 고통의 흔적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남아있는 사람들의 이 가증스런 모습을 두고,
어떻게 진혼의 말씀을 영전에 드리겠습니까.
용서해 주십시오. 분명히 언젠가는 우리 모두에게
닥쳤을 참사의 원인들을, 알고도 방치한 사람들의
무지를, 그날의 잔열에라도 태워 용서해 주십시오.
어떻게 우리가 고히 잠드시란 말을 차마 할 수 있겠습니까.
그날의 절규가 귓전을 떠나지 않고, 그렇게 끝나버린
가족들의 육신조차 제대로 수습치 못한 망연한 자리에서
허망하게 녹아 흐르는 촛농같은 눈물을 삼키며
어떻게 고별의 말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사랑하는다는 말이 아직도 쟁쟁하고,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가슴을 찢는데.
돌아올 수 없는 가족을 찾아 뜬눈으로 지새는 이들에게
무엇을 사리워서 그 애틋함을 달래겠습니까.
그날, 하늘도 잠시 그 빛을 거두고
오히려 나락의 자락으로 땅을 덮어 태우던 날
그렇게 칠흑의 영원속으로 사라진이들의 삶이
애절한 사연을 담아 우리를 울립니다
새싹같은 어린이의 영롱한 꿈이, 그 캄캄한 땅속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봄비같은 어머니의 자애로운 사랑이, 그 지독한
연기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청운의 뜻으로 일군 젊은이의 꿈이, 화염에 휩싸여
무참히 무너졌습니다.
그 사랑과 꿈, 가족의 희망들이 삽시간에 사라져 버린
처절한 선로위로, 남은자들의 비통만 맴돌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참혹한 현장을 꽃송이로 덮어
잊을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인생을 예기치 못한 만남의 과정과
홀연히 찾아오는 이별의 절차라 해도,
만남은 만남으로 그 필연이 있고,
이별은 이별의 순간에
그 의미를 얻습니다.
어떻게 만났는데 이렇게 헤어지란 말입니까
오늘 우리는 정말로 허망하게 숨진분들의
영혼을 달래고자
비애의 촛불을 켜고 눈물의 잔을 채우고 있습니다.
타들어 가는 촛불은 저희들의 반성입니다
영전에 바치는 이 잔은 회한의 눈물입니다.
다시는 이 땅에 이 어처구니 없는 고별이 없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머리숙여 영전에 속죄의 절을 오립니다
2003년 3월 2일
정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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