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희망이라 말한다.

관리자
발행일 2003-02-25 조회수 5

1987년 6월 항쟁 때 일이다. 6월 19일을 피크로 전국의 대세로 불타오른 온 국민의 민주화투쟁, 직선개헌요구 시위는 노태우의 6.29선언-항복문서를 불러왔다.
그 때는 누구나 나와서 시위했다. 이어서 7월 20일이후부터 전국은 점차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 투쟁에 휩싸였다. 한국수출경제의 최전선에서 저임금, 장시간노동에 시달려온 우리의 선진조국 산업역군들이 “인간답게 살고싶다”(그때 실제 이 구호가 참 많이 내걸렸다)고 시위했다. 울산에서
부산에서 구로공단에서,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창원기계공단에서 거제대우조선소에서 ... 그때 언론은 노동자의 자제를 촉구했고 많은 식자들도 그러했다.
대한민국이 민주화로 들어서려는 문턱에서 유독 우리의 노동자들, 바로 우리의 형제, 우리의 이웃의 정당한 요구에 침을 뱉은 것이다. 너희는 조용해라. (우리는 떠들더라도...) 물론 그 세월도 잠시였다.
언론노동조합이 얼마안가 만들어졌고 파업했으니까. 왜 낡은 이야기를 하느냐고? 오늘날 노동조합은 당연한 현상이다. 오늘의 기업문화에서 노동조합 빼고 말 못한다. 그런데 지금 공무원노동조합 만든다니까 조합이나 하란다. 공무원들 임금인상요구하는 꼴 못보겠단다.
감히 말하고 싶다.
“누가 공무원노조에 침을 뱉는가?”
공무원은 사실 이중적인 존재다. 사회적 처지에서는 정부당국에 고용된 임금노동자로서 노동자대중의 일원이다. 그러나 수행하는 업무를 보면 국가정책하에서 반시민적인 일을 떠맡고서 주민과 대립하는 일이 많다. 예산부족, 인원부족은 이를 더욱 부채질한다. 정권의 하수인이면서 노동자라는 이중성... 이것이야말로 주민의 절실한 요구와 정부의 주민지배, 수탈정책 사이에서 고초를 겪는 우리 공무원의 고민을 표현해주는 말이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우리 공무원노동조합이 필연적으로 가야할 길이 있다.
바로 여기에 공무원노조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바로 여기에 공무원노조를 우리국민 모두가 지지하고 지원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개개별로 흩어진 공무원은 단지 독점재벌과 국가권력이 만든 주민지배구조의 일선에 선 행정관서의 직원일 뿐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단결한 공무원은 그렇지 않다.
주민의 입장에서 국가조직과 지방자치단체의 민주적 개혁, 행정의 민주화, 지방자치의 완성을 위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공무원노조이다. 물론 이를 수행하는 것은 기업의 노동조합과 주민, 시민단체... 등등과 함께 하는 것이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다른 나라 경험을 보더라도 공무원노조이다.
왜 그런가? 오늘날 국가권력이 국가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총액은 정말 크다. 공공사업, 정부부문, 정부투자기관, 공기업... 여기서 국가권력과 재벌기업의 야합(정확히 말하면 독점재벌에 의한 국가재정의 독식, 지배지만) 에 관한 비밀과 그 정책과 실행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알]권리를 보장해주고 [알]권리에 기초해서 다른 민주적 권리를 지탱시켜줄 수 있는 공무원의 ‘알릴’ 권리야말로 행정의 민주적 개혁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날 페놀사건 당시 하류의 페놀농도를 언론에 제보한 사람도 공무원이었고 일본의 여러 공해반대운동에서 주민에게 사실을 제대로 알려 승리로 이끈 집단도 공무원이었다.
공무원노조는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기관의 민주적 개혁을 위해 싸울 것이다.
공무원노조가 수행하는 민주적 개혁이란 첫째, 행정의 민주화이다. 대기업의 횡포를 규제하고 지역산업을 발전시키고 주민복지를 실현하는 것이 바로 그 내용이다.
둘째, 행정에 대한 시민 참여를 통한 민주사회의 주체형성이다. 시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시스템을 만들고 활성화하고 정책능력이 높은 민주적 주체형성에 공무원노조가 기여할 것이다.
아마 우리의 공무원노조가 내걸고 있는 공직사회 개혁이 바로 이런 내용들일 것이다.
오늘날 지방자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자치가 뿌리내리기도 전에 첨단산업 육성이란 구호아래 지방정부의 역할은 기업가적인 것으로 변모하여 주민을 위한 사회보장 기능은 축소되고 수도권 일극 집중은 가속화되고 있다. 게다가 이미 존재하는 풀뿌리보수주의는 끈질기게 토착부패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지방의회 의원이야말로 경우에 따라서는 토착비리의 주범이다.
이런 조건을 딛고 주민의 자치를 지키고 발전시키고 민주사회로 함께 나아가는 긴 운동과정에서 공무원노조의 존재야말로 아껴 키워야 할 민주주의의 귀한 싹인 것이다.
나는 공무원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공무원노조를 지지한다. 공무원노조의 임금인상투쟁을 지지하고 행정개혁운동을 지지하고 공직사회 개혁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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