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이야기 1 - 김성률 회원(8월20일)
관리자
20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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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 탓인지 농부는 무채색 그림자처럼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마치 캔버스에 담긴 사실주의 그림처럼 그의 일생이 여실히 드러난다.
선명한 주제를 끌고 그의 삶이 그랬다는 듯 골목 가로등이 떠미는 대로 긴 그림자에 끌려 휘적휘적 작은 대문 안으로 스며든다. 순간 노을이 핏기 없는 빈혈환자처럼 흔들리더니 앞산 너머로 쓰러진다.
농부는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받아놓고는 방죽에서 멱 감던 젊은 날을 회상하고 있는지 한참을 머뭇거린다.
비누칠도 하지 않고 푸푸거리더니 허벅지까지 말아 올린 살점 없는 다리를 씻고 발가락 사이까지 씻어낸 뒤 마루에 나와 있는 냉장고에서 플라스틱에 그릇에 담긴 반찬 두 가지를 꺼내 덜지도 않은 채 한 젓가락 올리고 외국에 간 아들의 돐 때를 기억해냈는지 또 머뭇거린다.
몇 숟가락인가 뜨고 상표비닐도 없는 생수병의 물을 따라 들이킨다.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안방 불이 딸깍 꺼진다.농부의 코고는 소리에 놀란 것일까 여기저기서 풀벌레가 울어댄다. 별이 몇 개 지붕 가까이 내려온다. 낮에는 빨간 지붕이었는데 별빛에도 거무튀튀하다. 어젯밤에도 오늘밤에도 농부가 고단한 것은 그가 홀로인 까닭임을 풀이나 벌레나 별이나 아는 이는 다 아는 밤이다.
김상희 : 농부의 삶이 보이는 글입니다. 농부는 자연과 함께 있군요.^^
김성률 : 네. 자연과의 공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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