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여수 시민 여러분께 고합니다.

관리자
발행일 2004-07-28 조회수 11

깨어있는 여수시민 여러분에게 고합니다

  제남편은 LG정유에 다니고 있는 10년차 사원입니다. 여기저기 언론기관에서 밤낮으로 떠들어 대던 소위 귀족노동자의 아내입니다.
네! 맞습니다. 밤낮없이 일하며 고액연봉 채우느라 자기 건강 하나조차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어리석고도 어리석은 사람이 바로 제 남편입니다. 몇해전부터인가 약을 바르지 않으면 피부각질이 들떠서 하얗게 일어나는 고질적인 피부병을 얻은 후 지금까지도 그 독하다는 피부약을 달고 산답니다.
  하지만 그일이 비단 제 남편만이 겪는 일이 아니란걸 알게 되었습니다. 공단에 다니시는 많은 분들이 작게는 피부병, 난청에 두통을 호소하고 있고 크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희귀병과 일년에 한명꼴로 백혈벙으로 죽어가고 있고 공단 근무자들의 백혈구 수치가 점점 줄어든다고 합니다. 남들이 말하기를 연봉이 얼마네, 그만큼 주면 힘들어도 하겠네, 배부른 소리하네 그런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어떻게 생명과 직결된 건강을 돈과 바꿀 수 있단 말입니까? 그저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저들의 소리를 흘려 듣는건 아닌지요. 지금 당장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해서 문제시 되지 않는건 아닐런지요. 여러분중 교대근무를 직접 해보신분은 아실겁니다. 남들은 깊이 잠든 시간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새벽녘에 쏟아지는 잠 조차도 쫓아내느라 자기살을 꼬집어 시퍼렇게 멍들게 하는 모습을요. 야간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들어오는 날은 초췌한 모습에 입맛은 왜 그리 없어해 하는지요. 창문을 시커멓게 도배해 놓고도 두겹, 세겹으로 검은색 커튼을 드리워야 겨우 잠이드는 고충을 아시는지요.
  여수시민여러분!!
제 남편이 힘들다는걸 알리고자 이러는게 아닙니다. 단지 고액연봉자란 이유만으로 투쟁하는 것이 세상의 지탄거리가 되어 홀로 외롭게 버티고 있는걸 보니 너무 서러워운 마음에 이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분명 저들이 외치는 다른부분을 뒤로한채, 가리운채 노동자만을 탓하는 비방과 야유가 제 눈시울을 뜨겁게 적셔옵니다.
고액연봉 말인가요? 네~ 보통 회사원보다 급여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남들은 8시간만 근무를 하면 되는지 알고 있지만 제 남편은 소위 말하는 OVER TIME을 한달이면 대여섯번씩 한답니다. 8시간에 또 8시간... 꼬박 16시간을 쉬지 않고 일을 하지요. 오며가며 출퇴근에 소요되는 두시간 잠들기 전까지 뉴스에 신문좀 보고나면 겨우 3~4시간 자는데 부족한 잠으로 인해 눈이 빨갛게 충혈될때가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쉬는날이면 그동안 취하지 못했던 숙명을 취하고자 하루종일 누워있으면 머가 그리 피곤하냐며 날마다 타박을 했던 저였기에 지금은 더 후회스럽습니다. 저도 남편을 산단에 출근시켜보내는 아내로서 너무 무지한건 아닌지 홀로 자책해 봅니다.
  여수시민여러분!
산단이 들어선지 40년의 세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남편이 만지면 일하는 설비 시설이 많이 노후되어 가고 있다고합니다.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더욱 노후될 설비시설로 인하여 언제 또다시 제2의 호남석유사태가 생길지 모르는 일입니다. 전 정말 두렵고 무섭습니다. 사람도 나이들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기 시작하는데 하물며 그 오래된 노후설비시설이 제 남편의 생명을 보장해 주지 못할 것입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받아 귀족노동자라하지만 이렇듯 소중한 생명권이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게 제 남편의 현실입니다,.
  여수시민 여러분!!
산단의 주변마을 주민들이 가장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걸 여수시민 여러분은 아마도 공감하고 계실줄로 믿습니다,. 못살겠다고 이주를 추진중에 있으니까요. 주민들도 못살겠다며 이주하는 마당에 제 남편의 직장이 그곳이기에 날마다 공장에서 뿜어나오는 매연과 소음을 들어가면 산단의 한가운데서 10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 여수여천 지역에 유달리 기관지 안좋으신 분들, 백혈병환자, 암환자, 이름도 알 수 없는 병에 시달리는 환자가 많다는걸 아시는지요. 이들이 내어준 지난세월동안 이지역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해졌는지 저기 무선지구에 사시는 분들은 절실히 느끼실 줄로 압니다. 산단에서 나오는 연기를 그대로 들여마시기 때문에 식물은 잘 자라지도 못하고 오죽하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방독면 까지도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여수시민여러분!!
지금 저희들이 외치는 소리에 귀기울여주십시오. 이제까지는 자기배만 채웠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자신있게 외쳐대고 있습니다. 이지역에 산단이 생기므로써 주민들이 겪은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전문병원이라도 하나 지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회사가 가져가는 이익금의 미미한 부분 0.01%정도만이라도 이지역에 환원해달라는 것입니다. 또한 요즘 얼마나 청년실업이 많습니까? 저 대기업에서 직원채용이 고작 일년에 몇십명도 안된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30의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신입사원이 없어서 입사 후 몇 년동안을 막내로 생활하면 지낸분도 많답니다. 저희들이 외치는 목소리에 이지역 청년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주 40시간 근무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엘지정유에서는 정규직에 50%에 달하는 숫자가 비정규직에 있어 교고용의 불안을 야기시키고 있습니다. 멀지않은 미래에 내 남편 내 아들 내 사위의 일이 될 수도 있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여수시민여러분!!
여수여천을 활기차게 돌려주는 기름과 같은 역할을 누가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두손 놓고 가만히 앉아서 순이익의 98%를 챙겨가는 엘지자본이라구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여수여천을 살리는 주역은 위험의 중앙에서도 꿋꿋이 버티며 일하는 산단의 노동자라는 걸 이미 식어버린 이지역의 경기침체를 보며 실감하는것 같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회사없는 노동자가 있을 수 있냐구요? 그렇담 노동자 없는 회사는 있을 수 있단 말인가요? 엘지자본이 가져가는 이익금중 50%는 세브론 텍사코라고 하는 미국기업으로 빠져나가고 나머지 50%는 서울에 있는 허씨, 구씨가 가져간다고 합니다. 나머지 2%의 자금이 지역경제의 한몫을 담당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정말로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은 많이 받는다고 비판만 할것인 아니라 이지역의 주된 소비주체인 노동자가 자본가에 가진것을 더 얻어내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요?
  여수시민여러분!
언론도 사측의 편에 많이 기울려 있고 이지역의 환경, 사회단체 어느곳하나 지역민을 위해 쓰일 기금을 출연해 달라고 전면에 나서주는 단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나섰습니다. 환경을 망치는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저들의 투쟁이 정당한데도 들어주지 않는 여수시민을 향해 크게 외칩니다.
  깨어있는 여수시민 여러분!!
여러분 만이라도 노동자의 외침소리를 들어보고 그 뜻이 정당하다면 노동자들을 대신해 입술과 몸짓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전 지금껏 남편이 가져다주는 돈으로 매수되어 남편의 위험을 그저 방관만 했던 안전불감증형 여자였고 내 남편의 생명을 담보로 들어오는 돈인데도 그다지 감사해 하지도 않았으며 모든 남편들이 다 그래야 한다며 모든 아버지가 다 그렇다면 너무도 당연한듯 써온게 지금은 너무도 너무도 미안할 따름입니다. 교대근무를 하면 자신의 15년이나 단축된다는 통계를 익히들어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살을 뜯어먹여 기르는 가시고기 아빠의 마음으로 그동안 출근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이런 제 남폄이 자기 뱃속만 채우려고 그러는 걸까요? 정말로 비난받아 마땅한 걸까요? 지금 제 남편은 시민여러분들의 냉대 속에 10여일을 제 아이들과 떨어져 생이별을 하고 있습니다. 제 남편이 얼른 돌아올 수 있도록 제 남편에게 힘을 주세요. 용기를 주세요. 긴글 읽어주시느라 정말 감사하구요 행복한 하루 되시길...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