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초소

관리자
발행일 2003-02-10 조회수 18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끼고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우리 여수. 푸른 바다에서 만끽할 수 있는 싱싱한 회의 맛과 오밀조밀한 섬들의 아름다운 모습.. 이와 동시에 바다와 접해있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철저한 경계체계도 필수적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여수의 해안가와 섬, 여수시 인근의 산에 광범위하게 설치되었던 군 초소들. 하지만 지금은 전자장비의 발달로 쓸모 없게 돼 버려 오랜 기간 방치되고 있는 군 초소들로 여수시의 자연과 풍경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월 15일과 17일 각각 백야도와 월호도로 해안가 군 폐초소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푸른 숲과 갈색 풀들 사이로 네모난 검은 입을 벌리고 서 있는 네모진 회색 빛 건물들. 배 위에서 바라 본 폐초소의 모습은 푸른 섬과는 어울리지 않는 밋밋한 시멘트 건물 특유의 음침한 분위기로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
가파른 절벽으로 인해 폐초소에의 접근이 어려웠던 백야도와는 달리 해안가 바위의 경사가 비교적 완만했던 월호도의 바위 위에는 상륙을 막기 위해 한 움큼의 시멘트 위에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을 꽂아 놓은 것들이 한 뼘 간격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시멘트 물이 바위 위에 흘러내려 보기에도 안 좋을 뿐 아니라 지금은 유리 조각이 비바람에 마모가 되어 위험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사로 위험을 안고 있었다.
초소가 방치 된 시간을 말해주듯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무들 사이사이로 힘들게 찾아간 폐초소는 오랜 기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흉물스럽게 변해있었다. 초소 안의 시설물은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고 바닥엔 잡초들, 천장엔 거미줄... 초소보다 더 깊은 곳에 숨어 지붕의 나무와 풀들로 위장하고 있던 10여명 남짓이 생활했을 법한 막사는 이미 담쟁이 넝쿨과 나무들의 차지가 돼 버렸고, 초소와 막사 주변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들과 술병들이 그것들을 보는 마음을 더욱 씁쓸하게 했다.
관계기관을 서로 책임을 떠맡기기 바쁘고, 군 당국은 언제 또 사용하게 될 지 모른다는 모호한 말만을 되풀이하는 동안 초소들과 막사로 삼삼오오 짝지어진 폐초소는 10여년이 넘게 국립공원의 미관과 자연을 헤치며 그저 그 자리만을 지키고 있다.
2010년 해양엑스포 유치 좌절 이후 해양 관광도시로의 또 다른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우리 여수.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요없는 폐초소는 과감히 없애 그 자리의 자연을 그대로 복원시키고 용도 변경이 가능한 폐초소는 어린이나 쳥소년들의 해양 생태계 교육장 등으로 활용하는 등의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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