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와 머리 밪대야 개발도 성공(한겨레신문)

관리자
발행일 2006-08-12 조회수 24

뉴욕에서 실제로 도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시청의 공무원만이 아니다. 뉴욕엔 도시와 관련한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전문가적인 목소리를 내며 활동한다. 도시의 건축 투어를 진행하거나 수변 공원의 다양한 여가활동 프로그램을 엮는 ‘뮤니시펄 아트 소사이어티’(MAS), 도시의 자투리 사유지들을 공공 공간들로 가꿔 시민들의 휴식 장소로 이용하게끔 하는 ‘프로젝츠 포 퍼블릭 스페이스’(PPS), 도시의 장기 발전 과제를 연구해 내놓는 ‘리저널 플랜 어소시에이션’(RPA) 등이 그 사례다.
부동산 개발업자 도널드 트럼프가 6만3656평 중 절반인 3만3052평을 ‘리버사이드 사우스 파크’로 뚝 잘라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런 시민단체들이 힘을 뭉쳐 효율적으로 압력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시민단체 중 가장 역사가 오랜 아르피에이(RPA)의 부대표인 토머스 케이 라이트(37)를 만났다.
“우리 조직은 1922년 자본과 공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조직으로 생겨났다. 1929년 우리는 도시의 교통과 녹지 체계에 대해 지금은 당연시되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청사진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 뒤로 1968년과 1996년 두차례 이런 장기 과제 보고서를 펴냈는데 이는 대중교통체계에 대한 개선과 300만 에이커에 이르는 녹지 네트워크를 만들어내자는 계획을 담고 있다. ”
창립된 지 80여 년에 이르는 동안 이 단체는 뉴욕·뉴저지·코네티컷 3개 주의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 중 하나로 떠올랐다. 도시의 핵심적인 문제를 짚으면서 수십년을 내다보는 전문성있는 보고서를 낼 뿐 아니라, 도시의 현안을 위해 유연한 자세로 ‘협상’을 벌여나가는 전략적 태도에 힘입은 바 크다.
“리버사이드 사우스 프로젝트는 85년 도널드 트럼프가 본래 계획했던 연면적과 현재 지어진 면적을 비교해보면 절반 정도밖에 안된다. 우리는 계속 ‘더 작게, 더 천천히’를 외쳤다. 그러나 우리는 투쟁한 게 아니라 협상을 했다. 트럼프도 나중엔 우리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뉴욕시가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시민단체, 개발업자, 시, 전문가들이 뭉친 ‘리버사이드 사우스 플래닝 코포레이션’(RSPC)가 생겨날 수 있었다.”
트럼프도 시민단체들과 손을 잡으면서 결과적으론 이득을 얻었다. 2005년 6월 트럼프는 북서부 강변을 따라 뻗어있는 토지 77에이커와 건물 3동을 18억 달러에 매각했는데 이는 뉴욕시 역사상 가장 비싼 부동산 거래였다. 개발 규모를 줄여 공원을 내줌으로써 명성도 얻고 돈도 번 셈이다.
하지만 그는 뉴욕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 많다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고속도로 문제다. “지금의 고속도로는 도시를 단절시킨다. 지하화하거나 보행자 다리를 놓는 일은 돈이 많이 들지만 지속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그는 자동차 전용도로에 둘러싸인 한강의 사진을 보면서, 뉴욕과 서울 모두 자동차에 뺏긴 자연과 사람의 길을 회복하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뉴욕/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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