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사는길]우리는 왜 아펙과 부시를 반대하는가? _ 김동규

관리자
발행일 2005-11-23 조회수 10



우리는 왜 아펙과 부시를 반대하는가? _ 김동규

팔 대 이 가르마는 두발 패션의 하나이다. 주류적 사고와 권위적 위계가 사람들이 읽는 이 패션의 메시지다. 그저 머리 모양일 뿐인데도 사람들은 패션에서 시대정신을 읽는다. 비유에서 오늘날 세계의 작동방식에 대한 실제의 진실로 점프해보자.
세계가 팔 대 이의 사회로 바뀌고 있다. 20퍼센트의 사람들이 80퍼센트의 재화를 소유한 세계, 80퍼센트의 사람들이 겨우 20퍼센트의 재화를 잘게 나누어 가진 ‘다수의 가난과 소수의 부’가 불안정하게 공존한 사회가 오늘의 세계다. 이 세계를 움직이는 엔진은 신자유주의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이 엔진을 작동시키는 가장 주요한 동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이하 아펙)이다. 아펙과 같은 신자유주의 국제기구들은 금융과, 산업, 서비스가 이윤을 찾아 제한 없이 세계 곳곳을 사냥터로 삼게 만든다.
11월 12일부터 19일까지 부산에서 아펙 회의가 열린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사령탑인 부시 미국 대통령도 방한한다. <아펙반대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세계 민중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아펙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아펙 반대운동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불러오는 총제적 모순과의 투쟁이다. 전쟁을 반대하고 세계평화를 옹호하는 민중들의 투쟁이다. 민중들의 생존권을 지키고 아름다운 환경을 지키는 투쟁이다. 국민행동은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 반대 부시 반대 10만 범국민대회’를 개최하여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빈곤의 세계화를 조장하며, 초국적 자본의 환경파괴를 국제협약으로 보장하려는 아펙의 시도를 무산시키려 한다. 이 운동의 주인공은 바로 80퍼센트의 민중 가운데 하나인 당신이다.
반민중 반환경의 역사, 아펙
아펙은 1989년 호주와 일본 주도로 창설됐다. 미국은 초기에는 소극적이었으나,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자신의 지배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이후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현재 한국,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를 비롯,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 등 아세안 6개국과 중국, 대만, 홍콩, 멕시코, 파푸아뉴기니, 칠레, 러시아, 베트남, 페루 등 총 21개국이 가입되어 있다. 아펙은 ‘개방적 지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실상은 국제무역기구(WTO) 체제의 순항과 자유무역 달성을 위해서, 미국이 배제된 아시아 지역만의 배타적인 블록을 막기 위해서 미국이 적극 개입하고 있는 양상이다. 아펙은 1993년 시애틀에서 1차 정상회의가 열렸고, 2차 인도네시아 정상회의에서는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도국은 2020년까지 무역 및 투자자유화를 실현하기로 한다.’는 보고르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특히 1997년 금융위기 상황에서 아펙은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동아시아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수용, 금융과 노동 부문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01년 상하이 회의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한다.’는 공식선언문을 채택해 미국의 일방적 군사주의를 지지했고, 2003년 방콕 회의에서는 각종 정상회의를 통해 이라크 파병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논의하는 등 전쟁을 조장하고 평화를 위축시키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펙은 이런 활동들을 통해 초국적 자본의 아시아 경제를 침탈하는 첨병으로서 역할과 미국의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옹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활동의 슬로건으로 아펙이 내건 것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이다.
부시와 아펙은 공공의 적
2001년 상하이에서 열린 아펙 정상회담에서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 지지선언’을 이끌어냈다. 아펙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아프가니스탄에 빵이 아니라 미사일을 퍼부은 부시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지지했고, 2003년과 2004년 아펙 정상회의를 통해서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지와 자국 군대 파견 결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 또한 2003년 아펙 정상회의 직전에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고 방콕으로 날아가 “항구적 자유 작전 참여로 적극적인 반테러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은 이라크에 세계 3위 규모의 파병을 감행한 나라가 되었다.
한편 아펙은 ‘인간안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테러방지법」 확산을 승인하여 외국인 노동자와 자국 노동자 서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2003년 아펙 방콕정상회의 직전에 정당한 이유 없이 수천 명의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쫓겨났고, 2005년 현재에도 부산에서 수천 명의 노점상들은 그들 생계의 터전인 길거리에서 정리되고 있으며 노숙자들 역시 무조건 강제수용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미국 중앙정보국(CIA) 작전요원 수십 명이 부산에 상주하면서 아펙 대테러 활동을 지휘하고 있다.
아펙은 또한 빈곤을 확대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초국적 자본들의 아시아 경제 침탈의 첨병 노릇을 하고 있다. 아펙은 실질적으로 국제무역기구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이 힘들어지자 아펙은 국제무역기구라는 괴물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올해에도 아펙은 12월에 홍콩에서 열리는 국제무역기구 각료회담에서 초국적 자본의 이익에 부합하고 노동자 서민의 생존권을 침해할 다양한 협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펙은 기업 자문회의와 아펙 최고경영자(CEO) 회의를 통해 미국계 대기업이 아시아 기업들을 더 쉽게 사냥할 수 있도록 온갖 정책들과 규범들을 만들어 왔다. 아펙이 강조하는 ‘지적재산권의 확립’ 역시 역사적 공동체의 지혜를 인정하기보다는 이를 훔쳐 특허를 낸 대기업들의 권리만을 보호하고 있을 뿐이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아펙이 환경보호마저 자유무역의 장벽이라고 주장하는 반환경적 기구라는 사실이다. 아펙은 온실가스 증가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교토의정서를 거부하고 있는 미국을 옹호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기상이변 때문에 카트리나 허리케인 참사 같은 재앙이 반복되는데도 불구하고 환경보호를 자유무역의 장벽이라며 환경규제를 철폐하라는 현실 전복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행동은 11월 18일 아펙 정상회의에 부시가 방한하는 것을 반대한다. 부시 방한 그 자체만의 반대가 아니라 부시와 그로 대표되는 세계관을 반대한다. 부시는 “이라크 전쟁이 신의 계시였다.”며 자신만이 절대적 선이라는 오만과 착각으로 세계를 지배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부시는 자신의 부를 확대하고, 정치경제적 지지세력인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위해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강요하며, 명분 없는 전쟁마저 아무런 통제 없이 저지르고 있다. 부시는 제3세계 반미국가를 ‘악의 축’이라고 비난하고 투쟁하는 민중들을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시대, 인류사회의 진정한 악의 축이자, 테러리스트는 누구인가? 국민행동은 부시 방한을 저지할 것이고, 패권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상징인 부시 반대투쟁을 관철할 것이다.
민중 생존,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지난 6월 1일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 반대 국민행동 준비위원회>가 결성됐다. 이어 9월 7일에는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 반대 부시 반대 국민행동>이 정식 출범했다. ‘부시 반대! 전쟁 반대!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아펙 반대!’가 국민행동의 슬로건이다. 현재 농민들의 수입개방 반대 국회비준 저지투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권리보호입법 쟁취투쟁으로부터 아펙 반대투쟁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국민행동은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 반대 부시 반대 10만 범국민대회’를 통해 미국과 초국적 자본에게 한국 민중의 뜻을 분명히 전달하고, 전 세계 민중들과 함께 연대투쟁할 것이다.
12월 홍콩 국제무역기구 각료회담 저지투쟁은 아펙 반대투쟁의 연장선에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의 전면적 투쟁 없이 민중의 생존권도 없고, 전쟁과 부시를 반대하는 투쟁 없이 지구상에 평화도 없다. 홍콩 국제무역기구 각료회담 저지투쟁에도 한국 민중들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미 전농을 중심으로 한 농민 1400여 명이 출정을 결의했고 총 2천여 명의 한국 투쟁단이 홍콩 원정투쟁에 나설 것이다. 11월의 아펙 반대투쟁과 12월의 국제무역기구 각료회담 반대투쟁은 세계 민중운동사를 새로이 쓸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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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antiape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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