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벼운 공무원, 무거운 공무원’

관리자
발행일 2011-05-30 조회수 12

<기고>‘가벼운 공무원, 무거운 공무원’  

2011년 05월 25일 (수) 06:50:17 남해안신문  tolerance77@nhanews.com  




얼마 전 김동석 여수시청 홍보팀장이 “시정에 반대하는 것만 시민의 뜻인가?” 라는 제목으로 기고문을 올렸다. 내용인즉 여수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비난과 반대만 하고 있는 시민단체야말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든 것이 여수역과 여천역의 역명 개칭 논란과 용기공원 조성사업이었다.
여수역과 여천역의 역명개칭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여수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65.1%라는 압도적 다수가 찬성하였다.
여기에 누구의 의견이 더 필요하다는 걸까?” 라는 말에는 이견을 던지고 싶다. 리서치 앤 리서치의 여론조사 설문안을 살펴보았다. 설문안이 너무 길어 간략히 요약하면 ‘여수시에서 충분한 주민의견수렴을 거쳤고, 역명개칭은 역사성, 상징성 등을 고려하여 반드시 해야 하는데 여기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라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몇 년간 진행해본 경험에 의하면 먼저 전화설문조사에서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설문을 하지 않는다. 조사대상자가 질문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응답을 거부하거나 심하면 전화를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수백자가 넘는 구구절절함 속에 반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찬성을 유도하기 위한 설문조사라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압도적 다수가 찬성하였기 때문에 모두 따라야 한다는 것은 넌센스일 뿐이다.
기고문에서 용기공원 조성사업 성명서에 대해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가 정당한 의사절차에 따라 내린 의사결정 마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의회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중략) 그리고 또 의회에서 난상토론을 거쳐서 도출된 결론은 그러면 누구의 의사일까? 이것은 우리 시민들의 의사가 아니란 말인가?” 라고 했다.
현재 시민 대의기관인 여수시의회는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전현직 시▪도의원들이 뇌물수수와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자성이나 의원직 사퇴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시의회가 진정한 시민의 대의기관이라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런 의회에서 난상토론을 거쳐 결론이 도출되었으니, 이것이 다 시민의 의사이고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인가?
예를 한번 들어보자. 지난해 국회에서 2011년 예산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여야의 난상토론을 넘어 집단 몸싸움까지 벌어지며 예산안이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그 과정에서 여수세계박람회 관련 예산은 1/10에도 못미치게 반영이 되었고, 소위 포항과매기 예산은 수천억원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여수시에서도 유감의 뜻을 밝히고 예산확보를 위해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관계부처 사람들을 만나가며 예산을 확보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국민의 뜻에 의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사람들이 난상토론을 넘어 몸싸움까지 벌이며 결정한 사안을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고 왜 정부와 국회의 여러사람 만나가며 피곤하게 했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용기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더 하겠다. 용기공원 조성사업에 반대하기 위해 여수연대회의는 시청 현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당일 비가 온다는 예보에 따라 시에 브리핑룸 사용을 요청했다. 그런데 여수시홍보팀은 시의 입장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에 브리핑룸 사용을 허가해 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방사능 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그 시기에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과 단체, 기자들은 비를 맞아가며 기자회견을 진행해야만 했다. 과연 시의 입장에 반대한다고 시민의 재산인 시청 브리핑룸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무거운’ 시정인가?
마지막으로 오현섭 전 여수시장이 수많은 비리를 저지를 때 여수시 공무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단 한명이라도 양심선언을 하거나 오시장의 행보에 제동을 걸어 보았는가? 수십억 단위의 뇌물이 오고 갔는데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라고 말하는 것은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여수시는 “고심 끝에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시민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현섭 전 여수시장의 예처럼 잘못된 사업도 분명히 존재한다. 시민단체에서도 모든 시정에 대해 싸잡아서 ‘가벼움’이라는 한마디를 일축해 버리지는 않는다. 올바른 행정에는 찬성하고 지지한다.
자신의 안정과 자리보존을 위해 비리와 잘못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다물고 모른채 한다면 ‘가벼운’ 공무원일까? ‘무거운’ 공무원일까?
서희종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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