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心性)이 곧 섬성(island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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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11-11 조회수 11



심성(心性)이 곧 섬성(islandness)
홍선기(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심성이 바르다’, ‘심성이 곱다’는 표현이 있다. 사람의 됨됨이는 즉 그의 마음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심성은 타고난 마음씨이고, 참되고 변하지 않은 마음의 본체로 해석된다.
우리나라에는 3,400여개의 섬이 있다. 크고 작은 유·무인도에는 몇 백 년 전 그 섬에 처음 입도(入島)한 성씨(姓氏)부터 최근 새롭게 유입된 성씨들까지 다양하게 마을을 형성하고 살고 있다.
어떤 섬은 인구가 200여명 정도인데, 성씨는 25개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처음 입도한 성씨가 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한다. 그 다음 입도한 사람들은 대게 다른 곳에 터전을 형성한다. 즉, 나름의 성씨별 영역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영역은 마을을 형성한 성씨의 입도 배경과 그들의 심성에 의하여 결정된다. 초기 입도한 사람들이 포용적이면, 다음 입도한 사람들과 이웃으로 함께 살아갈 것이다.
아직까지 하나의 성씨만으로 이뤄진 섬은 못 봤다. 만일 있다면 매우 흥미로운 섬성 연구의 주제가 될 것이다.
‘섬이 폐쇄적이다’라는 사람도 있고, 또한 바다를 보고 있으니 ‘개방적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폐쇄성과 개방성은 섬이 가지고 있는 양면적 특성이며, 그 양면성 자체가 섬성이다.
섬은 폐쇄적이면서도 개방적이다. 특히, 섬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그러한 섬성은 차별화된다. 갯벌인가 또 다른 섬인가 아니면 망망대해(茫茫大海)인가.
큰 섬과 작은 섬, 육지와 인접한 섬, 군도로 이뤄진 섬 등 섬을 정의하는 배경은 섬과 바다, 그리고 지정학적 역할에 따라서 많이 다르다.
그러나 섬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거주하는 주민들의 심성이다. 즉, 처음 그 섬을 밟은 사람들의 사회성과도 매우 관련 있다고 본다.
동네인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섬마다 인심과 감성이 다르다. 사람마다 유전인자가 다르듯 섬 사회를 형성한 사람들의 조합에 따라서 섬성의 특성은 분화된다.
섬성은 육지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과도하게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즉 본인의 마음속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심성을 섬에 대응하여 표현하는 경우이다.
주로 소설이나 시와 같은 작품 속에서 표출된 섬의 표현이 곧 특정의 섬성을 고정시키는 역할도 한다. 섬에 살지 않았어도 마치 섬에 오래 산 것처럼 섬의 속살을 묘사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당신이 이 섬에 살아봤어?’ 라고 한다면 변명 못할 작가들도 많을 것이다.
섬이 가지고 있는 폐쇄성과 개방성을 이분법적인 관점에서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섬성은 단순히 지리적인 특성이나 공간적 접근성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그 섬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심성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섬이 폐쇄적이라 섬 주민이 폐쇄적인 것은 아닐 것이고, 바다가 열려있기에 개방적인 것은 아니다.
섬은 매우 다면적인 특성과 색깔을 가지고 있다. 마치 변화무쌍한 자연과 같다고 할까. 여기에 섬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마음, 즉 심성은 섬의 다면적 섬성을 숙성시키는 효소의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세계 여러 섬을 답사, 관광하면 섬마다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거리상 인접한 섬이지만 서로 별개의 문화와 풍습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섬으로 이뤄진 행정구역인 전라남도 신안군은 최근 연륙, 연도교 사업이 한창이다. 인접한 섬을 연결하는 연도교, 섬과 내륙을 연결하는 연륙교에 의하여 조만간 일일생활권역에 진입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은 섬으로 남는다. 각각의 섬에는 초기 원조 입도 성씨와 마을을 비롯하여 다양한 성씨의 문화권이 혼재되어 있다. 이처럼 유구한 세월 속에서 유전자 사회의 버무림이 섬 하나의 섬성을 형성하는 것이다. 연륙, 연도교 사업에 의하여 이러한 섬 별 특성, 즉 섬성이 사라지지 않을까 고민한다.
섬성(islandness)이야 말로 섬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줄 수 있는 멋과 맛의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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