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으로 막아보려는 모리셔스의 비극

관리자
발행일 2020-08-31 조회수 30





<머리카락으로 막아보려는 모리셔스의 비극>
모리셔스 해안을 덮친 기름
지난 7월 25일, '천상의 섬'으로 불리는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 해안에 일본 나가시키키센의 화물선 '와카시오 호'가 좌초되며 지난 6일부터 선박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되었습니다. 사고 선박에는 약 3800톤의 중유가 실린 5개의 연료탱크가 실려있었으며, 그 중 1180톤이 바다에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해당 사고로 인해 흘러나온 기름이 11km 이상 확산된 것이 확인되었는데요. 12일에는 배 안의 남은 기름이 유출되기 전, "저장고에서 연료 대부분을 펌프로 빼냈으나, 100t 가량은 배 어딘가에 남아있다"고 프라빈드 주그노트 모리셔스 총리가 밝혔습니다.
모리셔스 정부는 사고 발생 13일 만에 '환경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고 후 즉각 선체에 남은 연료를 빼내지 않아 모리셔스 정부의 늑장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선체에 정확히 어느 정도의 기름이 남아있는지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15일 선박은 두 동강 났으며, 이후 모리셔스 국가위기관리위원회는 "추가 오염과 해상 교통 방해를 막기 위해 선박의 잔해를 가라앉히기로 했다"는 성명을 발표하여 환경단체의 큰 반발을 샀습니다.

머리카락으로라도 막아보려는 기름 유출
천혜의 자연환경과 생물다양성으로 유명한 모리셔스의 피해 복원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양학자이자 환경공학자인 바센 쿠페무투는 이번 사고에 대해 "피해 복원에 수십 년이 걸릴 수 있고 일부 피해는 영원히 복구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장에서 기름에 뒤덮여 폐사한 어류와 바닷게, 새들이 계속 목격되고 있으며, 기름이 산소공장 역할을 하는 산호초 군락의 상당 부분을 뒤덮었다고 합니다. 해양 어류의 25%는 산호초에 생존을 의지하는데, 기름 유출로 탄화수소에 노출된 산호초는 백화현상에 의해 죽게 되며 이는 해양 생태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전문가들은 모리셔스 해변을 따라 형성된 맹그로브 숲과 38종의 산호와 78종의 어류가 이번 사고로 위험에 처했다고 밝혔습니다.
모리셔스의 해안만이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사고로 유출된 기름이 계속 확산되고 있어 해양 전반에 큰 피해를 입힐 것으로 보입니다. 유출된 기름은 해수면을 떠다니며 점차 얇게 퍼져 나갑니다. 기름층은 점차 얇아지고 색은 흑갈색에서 무지개색으로 변하고 마지막에는 은색으로 변합니다. 따라서 맨눈으로 기름층이 잘 보이지 않아도 이는 해수의 표면 장력과 여러 화학적 특성은 물론 해양 생물의 건강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칩니다. 기름층은 해양생물의 호흡기관, 면역체계, 생식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해양 포유류의 경우 다발적인 장기 기능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영국 브라이턴 대학의 코리나 시오칸 박사는 "유출된 기름의 특정 성분들은 물에 녹아 수면 바로 아래에 무스와 같은 질감의 층을 만들고 무거운 퇴적물은 해저에 깔려 결국 이번 사고가 전반적인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름 유출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모리셔스 주민들도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자른 머리카락이나 사탕수수를 기부받은 후, 이를 자루에 넣어 수백 미터 길이의 임시방벽을 만들어 기름이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양 생태계는 물론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모리셔스의 국가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엎어진 기름 ... 책임은 누가?  
이번 사고는 일본의 3대 해운사 쇼센미쓰이가 나가시키키센 소유의 화물선 '와카시오 호'를 수배하여 중국에서 브라질로 향하던 중 발생했습니다. 사고 직전, 와카시오 호의 승조원들은 생일 파티를 벌였으며 와이파이에 접속하기 위해 육지로 접근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원인이 되어 화물선이 항로를 벗어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8일 와카시오 호의 선장 수닐 쿠마르 난데슈와르는 안전한 항해를 위협한 혐의로 체포되었는데요. 과연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는 어디에 있을까요?
먼저, 이번 사고에 적용될 수 있는 '2001년 선박 연료유 오염손해에 대한 민사책임에 관한 국제협약(선박연료유협약)'에 따르면 기름 유출에 대한 책임은 선주인 나가시키키센에 있습니다. 이에 따라 모리셔스 정부는 선주와 보험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입니다. 나가시키키센은 최대 10억 달러를 보장하는 선주 보험조합에 가입되어 있으나, 모리셔스 정부가 국제법상 기름 유출로 인한 최대 피해 배상액인 10.05억 달러(약 1조 2천억 원)를 모두 지급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모리셔스는 최대 2억 8천 6백만 달러(약 3400억)를 배상받을 수 있는 '유류오염손해에 대한 민사책임에 관한 국제협약 (CLC 92)'과 선주책임한도액을 초과하는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국제기금을 설치하는 '1971년 유류오염 손해보상을 위한 국제기금의 설치에 관한 국제협약 (FUND)'에 가입하였으나, 해당 조약들은 유조선에만 적용되어 사고 선박이 화물선인 이번 사고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더 많은 배상액인 최대 10.05억 달러의 피해 배상액을 제공하는 '유류오염사고 피해보상을 위한 추가기금협약'도 존재하나 모리셔스는 이를 비준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고에서는 앞서 언급된 비유조선의 기름 유출 피해에 관한 '선박연료유협약'이 적용되는데요. 이번 사고에서는 해당 협약과 함께 '해사채권에 대한 책임제한조약 (LLMC)'이 적용되어, 유조선의 기름 유출에 관한 국제협약인 CLC와 FUND에 비해 선주의 법적 책임이 상당히 적고 배상액이 낮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로 인해 지급될 수 있는 최대 피해 배상액은 약 6517만 달러(약 774억 원)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피해가 정확히 추산되지 않은 시점에서 환경 피해를 포함한 어업피해, 관광피해 등을 종합한 피해 추정액을 산정하여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제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몇몇 전문가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보통 전체 기름 유출 사고의 10% 미만의 경우에만 성공적으로 방제 작업이 완료된다고 합니다. 한 번 해양에 유출된 기름을 완벽히 치우는 것이 매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서 북극까지 이르도록 기름유출 사고는 끝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해양 기름 유출은 명백한 인재인만큼 추가적인 사고 발생 예방을 위한 국제적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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