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사실입니까?충격받았어요.

관리자
발행일 2008-11-08 조회수 6

한겨레]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한겨레>에 심경 밝혀
“스스로 독버섯 키워 와…조직 파헤치는 대수술 필요”
“환경운동연합이 사용한 통장만 이백몇십개가 된다. ‘설마, 이럴 수가…’하는 느낌이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안병옥 환경운동연합(환경련) 사무총장을 만났다. 그는 최근 잇따라 터진 환경련 상근활동가들의 공금 횡령 사건에 책임을 지고 얼마 전 물러났다. 안 총장은 “조직 책임자로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어렵게 입을 뗀 뒤 “정말 치욕적인 사태이고, 조직을 다 파헤치는 수준의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전체 시민사회에 피해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며 “내가 좀 더 관리를 잘했으면 하는 생각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자책감을 내비쳤다.
안 총장이 밝힌 환경련의 회계 상태는 심각했다. 설립 뒤 지금까지 개설된 통장만 200개가 넘고, 경상비를 제외한 여타 사업비가 중앙 사무처의 정식 회계로 처리된 것은 올해 4월 들어서였다. 그는 “2008년을 살고 있지만 우리 회계는 이보다 3~4년은 뒤쳐져 있는 것 같다”며 “일반 기업이면 3명은 둬야 할 회계 업무를 1~2명이 맡아왔고, 그마저도 처우가 열악해 드나듦이 심했다”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두 건의 횡령 사건이 모두 외부에서 발단한데서 보듯 내부 감시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환경 이슈들을 쫓느라 우리 내부의 시스템은 돌아보지 못했다.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그는 조직의 활동 방식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슈 중심의 대응으로 활동가 수가 늘어 조직은 대형화됐지만, 이 과정에서 회원과 시민 참여는 축소됐다는 것이다. 그는 “환경련은 싸우는 것을 스스로의 미션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며 “이 정도 조직 규모면 언젠가 조직에 대한 대수술을 했어야 하는데 스스로 독버섯을 키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활동가 역할을 ‘전투병’에서 ‘조력자’로 바꿔야 한다”며 “그동안은 당장의 운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현실론’에 밀려왔지만, 시민 중심의 건강한 시민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총장은 “워낙 조직이 커 내부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며 “‘해체 수준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반성과 대책수립은 별개이며, 뿌리까지 자르면 개발 세력에게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6일 출범한 ‘특별대책회의’에서 이런 다양한 의견들을 모두 끌어모아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환경련 내부 활동가들이 느낀 충격과 자괴감 또한 크다고 한다. 안 총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버텨주던 지지대가 완전히 붕괴됐다”며 “활동가들이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을 해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분노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죄없는 회원과 활동가들을 생각해보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대충하지 말고 제대로 바꾸라는 지적으로 알고 맘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련은 회원 8만명, 상근활동가 200여명, 전국 조직 50개로 국내를 뛰어넘어 ‘아시아 최대의 시민단체’로 불린다. 1993년 설립 뒤 한반도 대운하를 비롯해 새만금 간척지, 전북 부안 방사능폐기장 반대 등 굵직한 환경 이슈들을 주도해 왔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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