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을 짓다--생태건축

관리자
발행일 2011-02-13 조회수 24

작은것이 아름답다 2011년 1월호 / 녹색감성 메아리

작은 집을 짓는다  
글 이종원(온배움터, (구) 녹색대학교 샘(교수))

첫걸음. 올봄에 땅에 인사드리고 작은 집을 짓기 시작했다.
시작을 알릴 때 땅 위에 꿇어 앉아 읽었던 축원문을 집을 다 짓고 난 추운 겨울밤 다시 읽었다.
“땅에 고합니다. 하늘에 고합니다. 무릇 생명들에게 고합니다. 호랑이해 오월 좋은 봄날에 집을 짓습니다.
  안의에 냇가 옆 곡식이 자라던 땅에 작은 집을 짓습니다. 한 가족이 새롭게 살아갈 보금자리를
  동서남북 사방 각지에서 온 청년들이 짓습니다. 작은 매듭 짓기까지,  열두 고비 잘 넘기게 부디 보살펴 주십시오.”

함양 백두대간 자락에 학교를 세운지 팔년 만의 작은 성과물이다. 이미 없이진 줄 아는 학교, 대안대학 실패의 본보기라는 이야기를 듣는 학교, 하지만 아직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그 학교에서 배운 대로 가르친 대로 같이 공부한 사람들이 스스로 힘으로 시작하고 세 계절을 거치며 마무리 했다. 수없이 많은, 너무나 다양한 고비를 넘겼다. 그래서 마음이 편하다. 적어도 자기기만은 없었으니까.
첫술에 배부르진 않다. 절대로.

우리식대로 일하기, 모든 걸 우리가 생각하고 우리식으로 정했다. 어떻게 노동을 할 것인지, 이윤은 어떻게 할 것인지, 작업시간, 휴식시간은 또 어떻게 할 것인지, 무얼 먹을 것인지...역할이 있지만 위아래는 없었다. 몸이 아프면 쉬고, 잔꾀는 핀잔 정도만 감수하면 된다.
자기 기술에 대한 자존심, 자기 노동에 대한 책임감으로 일했다. 우리의 노동에는 거짓이 없고, 집도 거짓이 없다. 틀리면 틀린 대로 숨기지 않았다. 집이란 게 사소한 것 하나도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시도였다. 우리에게 달리 다른 방법도 없다.

사람과 집의 관계 맺기. 흙벽을 보면 여름날 땀 흘리며 이렇게 저렇게 흙과 씨름하던 이의 모습이 생각나고, 예쁘게 마무리된 나무를 보면 자르고 깎아내며 땀 흘리던 이의 모습이 보이고, 못 자국 흠을 보면 일이 익숙지 않아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며 속상해 하던 이의 모습, 처마 끝을 보면 그곳에서 작업하다가 다친 이의 아찔했던 모습이 보인다. 집이 어느 순간 우리 몸에서 흘러나온 분비물처럼 되어갔고, 하나하나가 이전과 다르게 우리와 관계한다. 땀이 녹아들어가지 않고서는 맺어지지 않는 관계, 열두 고비 넘기지 않고서는 만들어지지 않는 관계, 시작할 때부터 우리를 기다리는 열두 고비가 어떨지 짐작은 했건만, 하루에도 몇 번이나 고비가 있었고, 도대체 지금 이 고비는 열두 고비 중 몇 번째의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게 늘 우리를 힘들고 긴장하게 만들었다. 고비는 꾸역꾸역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넘어간다.

다음 걸음을 생각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막상 집을 다 짓고 나니 우리가 기대했던 두둑한 지갑 따위는 없었다. 그래도 날마다 땀 흘렸던 기록이 누리방(건축일꾼 두레온)에 남았고 한 가족에게 추위에 군불 때고 따뜻하게 잘 수 있는 집이 생겼고, 가장 중요한 우리가 남았다. 수업시간에 언제나 ‘교과서대로만’이라도 하라고 이야기했지만, 막상 부딪쳐 보면 교과서대로만 하기도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배운 대로, 가르친 대로, 이야기 나눈 대로 작은집을 지었다. 작은 것이 아름답지만, 쉽지는 않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하니 더 그렇다. 그래도 우리의 노동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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