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한전 사장님, 이제 그만 하시지요.

관리자
발행일 2013-05-20 조회수 4


조환익 한전 사장님, 이제 그만 하시지요.


한국전력이 내놓은 '대국민 호소문'에 대한 공개 반론

13.05.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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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업데이트 13.05.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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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spilits)




































▲ 따듯한 볕의 마을, 밀양(密陽) 밀양은 햇볕이 가득한 마을이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밀양 어르신들은 전기와 석유 보다 태양에 의지해 살아왔다.
ⓒ 나눔문화


저는 나눔문화 사회행동팀장 김재현입니다. 송전탑 건설 강행에 맞서 삶의 터전을 지키고 있는 밀양 주민들의 산속 농성장에서 몇 날 며칠 밤을 지새우며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이 지난 18일에 발표한 '밀양 송전선로 대국민 호소문' 내용에 많은 의혹과 거짓이 있기에, 공개반론을 밝히는 바입니다.

지난 4월, 한국전력이(이하 '한전') 밀양 주민들 앞에 공개 사과하며 공사강행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밀양 주민들과 송전탑 건설을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한전은 그 약속을 휴짓조각으로 만들었습니다.

또 최근 한진현 산업부 차관이 "우리가 UAE 원전수주하면서 같은 모델인 신고리 3호기 운영 모습을 UAE측에 보여주기로 한 상황"이라며 "지중화가 아닌 보상문제로 갈등을 매듭짓고 신고리 3호기가 제대로 운전되는 걸 UAE측에 빨리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보면서, 이번 공사강행 배경에 더욱 불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전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공기업입니다. 그런데 국민을 상대로 발표한 호소문에는 너무나 많은 '거짓'이 있습니다. 생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8년째 송전탑 건설에 맞서고 있는 밀양 어르신들을 대신해 호소문에 담긴 거짓말이 무엇인지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거는 절대 안된다! 안돼!” 어르신들은 매일 산에 올랐다. 나무를 껴안으며 전기톱을 막았고, 지팡이 하나를 의지해 산을 깎아 내는 포크레인을 멈춰서게 했다.
ⓒ 나눔문화


[호소문 내용①]
"한전은 많은 대화와 설득 노력을 하였으며 밀양 주민들에게 파격적인 보상혜택을 제시했다."

지난 8년간 밀양 어르신들은 손자뻘 되는 한전 직원과 용역으로부터 감내하기 힘든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하면서도 산과 마을을 지켜왔습니다. 심지어 여성 주민들이 성추행에 해당되는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습니다.

주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정부와 한전이 당신들을 "돈 더 달라고 떼쓰는 노인 취급한다"는 점이었습니다. 2012년, 무리한 공사과정에서 돌아가신 고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 배경에도 이런 억울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전이 기울인 대화와 설득 노력은 무엇입니까? '건설계획 변경은 불가하니 더 많은 돈을 주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한전이 제안한 파격적인 보상혜택 중 일부는 입법되어야만 가능한 것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습니다. 또 한전 직원이 보상금을 빌미로 개별 주민들을 매수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한전의 보상혜택은 주민들에 대한 모욕이며 기만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진정한 대화와 설득은 상대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우리는 언제 죽어도 괜찮다. 근데 세상이 계속 이렇게 가면, 무슨 교훈을 남겨주겠노. 우리 강산을 남겨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운 정신을 남겨줘야 될 것 아이가?"

7년간 농성장을 지켜온 한 할머니의 이야기에 한전은 한 번이라도 귀를 기울인 적이 있는지요. 세상 누구에게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한 가지씩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호소문 내용②] "지중화를 비롯한 주민들이 제시한 대안을 신중하게 검토하였으나 불가능하다."

대안이 불가능하다는 한전의 말 자체가 직무유기입니다. 애초에 70~80대 주민들이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부터 잘못됐습니다. 대안은 한전과 같이 국민세금을 받아서 일하는 국가기관, 전문기관이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전은 지난 8년간 대안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주민들이 책을 읽고 전문가들과 765kV 송전탑이 세워진 마을 주민들을 만나며 스스로 대안을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한전은 작년 국정감사와 국회 공청회에서 주민들이 제시한 대안 중 하나인 고리~신울산 365kV 송전선로 용량 증대방안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안이 없다는 한 것은 명백한 거짓이며, 무조건 765kV 송전탑을 세워야겠다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우리는 4대강 토건공사를 통해 누가 연구자인지, 무엇이 연구 기준인지에 따라 얼마나 큰 오류와 왜곡이 가능한지를 경험했습니다. 그렇기에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합당한 '전문가 협의체' 를 구성해서 제대로 된 대안을 연구할 것을 촉구해왔습니다.

송전탑 건설은 한번 시작하면 되돌이키기 어려운 공사입니다. 공사를 강행하기 전에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합니다.

























▲ "누구도 그 아래서 살고싶지 않다." 송전탑 공사 중 화악산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벌목됐다. 소도 불임 시키는 765Kv 초고압 송전탑, 누구도 그 아래서 살고 싶지 않다.
ⓒ 김재현


[호소문 내용③]
"심각한 전력난 때문에 공사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장 빠른 속도로 밀양 송전탑 건설해도 겨울철 전력피크 시기를 지난 2014년 1월 말에 완공됩니다. 전력난 때문이라면 공사를 무리하게 강행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전 직원이 언론사 인터뷰에서 인정했듯 밀양 송전탑은 신고리 원전 3호기에서 생산될 전기를 서울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신고리 3호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전체 전력 중에서 1.7%에 해당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력난이 아닌 한전에서 운영 중인 원전의 잦은 고장입니다. 지금 멈춰있는 9기의 원전 중 4기는 고장이 원인, 1기는 수명을 넘긴 노후원전입니다. 지난해 국내 원전 고장사고는 총 20건으로 2011년 12건보다 66%가 증가했습니다. 복잡하고 거대한 원전은 어떤 이유로든 멈출 수밖에 없고, 원전이 차지하는 전력비율이 커질수록 전력수급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라도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신고리 5, 6호기 원전 건설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이 취소된다면 밀양 송전탑을 건설을 강행할 필요성도 떨어지게 됩니다.

지금은 더 많은 전기 소비보다 절전을 택해야 할 때입니다. 전력부족의 원인은 과소비를 부추겨온 정부의 전력정책 때문입니다. 우선 피크타임 이외에 남아도는 전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국내 상위 20대 기업들은 산업용 전기 사용을 대가로 2011년 한 해에만 7792억 원의 이익을 챙겼습니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밀어붙이기보다 산업용 전기 소비량을 줄인다면 전력위기 해소는 물론 매년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의 영업이익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호소문 내용④] "주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반대의사를 존중하기에 주민 안전과 삶터를 최우선에 둘 것이다. 그렇지만 횃불을 밝히며 야간 공사를 단행하더라도 송전탑 공사를 완공하겠다."

주민들의 안전과 삶터는 이미 무너져버렸습니다. 82세의 김금자 할머니는 20일 강행된 공사를 막다가 쓰러졌고 많은 주민들이 8년째 이어온 농성으로 생계가 불안하고 심신의 건강이 무너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농성장 앞에는 거대한 굴착기가 버티고 있습니다. 한전이 요청한 500여 명의 경찰들이 주민들을 막아서고 있습니다. '국책사업' 앞에 힘없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더욱 작게만 보입니다. 공사강행은 국가권력과 재벌기업을 업은 한전과 맨몸의 어르신들과의 싸움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밀양이 무너진다면 과거 송전탑 건설로 소리 없이 쫓겨난 사람들의 고통은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이며, 앞으로도 이어질 거대 국책사업 앞에 제2, 제3의 밀양의 눈물은 되풀이될 것입니다. 생명과 개발주의, 농사와 토건공사, 양심과 탐욕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밀양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대한민국 농사마을 최후의 영토가 되고 있습니다.

횃불을 밝히면서라도 야간공사를 강행한다면 주민들과의 충돌로 인한 안전문제에 대한 대책은 마련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만약 그로 인해 주민들, 특히 고령의 주민들에게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모든 책임을 한전과 정부에게 엄중히 물을 것이며 공사를 중단할 때까지 주민들과 함께 소중한 삶터를 지켜갈 것입니다.

한국전력은 지금 즉시 밀양 송전탑 건설을 중단하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한국전력은 원전에 전력수급을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전력 소비를 줄이는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전력은 밀양 주민들에게 사죄하고 전문가 협의체 구성 등 대안 제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2012년 11월, 밀양 부북면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주민 어르신(이금자님)과 함께
ⓒ 나눔문화

















'밀양 765㎸ 송전선로 건설공사' 대국민 호소문


한국전력에서 추진하는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로 밀양 주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하여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한전은 지난 2008년 8월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 공사에 착공했습니다. 이 공사는 신고리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경남 창녕군의 북 경남변전소까지 보내는 765kV 송전선로를 설치하는 공사입니다.

총 90.5㎞ 구간을 지나는 5개 시·군 중 밀양시를 제외한 울산 울주군과 부산 기장군, 양산시, 창녕군에서는 이미 공사가 끝난 상태입니다. 그동안 한국전력은 송전선로 건설사업과 관련해 처음으로 갈등조정위원회 등 다수의 주민협의체를 구성, 대화와 설득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1월은 '밀양 송전선로건설 특별대책본부'를 현지에 발족해 주민 여러분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여왔습니다.

한국전력은 시공사와 주민 간 모든 법적 대응을 취하하도록 설득했고, 산속 움막과 농성장을 찾아 주민 한 분 한 분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걱정과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오셨는지 충분히 공감하게 됐습니다.

이에 한전은 주민 여러분을 위한 실질적인 보상혜택과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는 여러 지원 안을 마련하는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파격적인 토지 보상안과 한전이 주도하는 태양광 밸리 사업 그리고 밀양의 옥토에서 자란 농산물을 살리기 위한 마을 기업육성 방안 등 13개 특별지원 안에 한전의 적극적 의지를 담았습니다.

그러나 반대대책위원회는 "보상을 원하지 않으며, 오직 지중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전은 이번 공사를 반대하는 일부 주민 여러분과 반대대책위원회에서 계속해서 주장하는 '밀양지역 765㎸ 송전선로의 지중화'의 여러 방안에 대해 신중하게 재검토해 보았습니다.

먼저 765㎸ 송전선로를 지중화하는 기술은 우리 회사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금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도 얼마나 걸릴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또 전압을 345㎸로 낮춰 지중화한다고 해도 공사기간은 10년 이상, 비용은 약 2조7000억원이 듭니다. 이러한 지중화가 물리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그 기간 전력수급의 차질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송전탑과 지중화 구간이 만나는 곳마다 변전소를 새로 지어야 하고, 2㎞마다 지하 구조물도 설치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나무가 뽑히고, 땅이 파헤쳐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주민 여러분께서 제시한 대로 기존 노선을 증 용량 전선으로 교체하더라도 신고리 3호기를 정상적으로 운전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최근 전력 수급 상황이 정말 어렵습니다. 지난 4월에는 이미 예비 전력이 급속하게 떨어져
전력수급 경보 '준비' 단계를 발령했고, 지난 몇 년간 쉼 없이 달려온 발전기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멈춰 섰고 5월에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는 원전만 6기에 달합니다.

게다가 다가오는 여름철 전력사용량을 고려한다면 올 12월 신고리 원전 3호기가 계획대로 가동되지 않으면 국가 전력수급 상황에 심각한 전력난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한전은 밀양 주민 여러분의 아픔을 이해하고 반대의사를 존중하면서도 송전선로를 건설해야 하는 괴롭고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오랫동안 대화와 합의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합해 주민 여러분의 실질적인 혜택을 보장하는 파격적인 특별지원 안을 약속드렸습니다.

한전은 이번 송전선로 공사를 추진하는 데 있어 주민 여러분의 안전과 삶의 터전을 지키는 일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지속적인 대화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또 주민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그 역할과 사명을 다하도록 모든 임직원의 힘을 모아가겠습니다.

앞으로 한전은 횃불을 밝히며 야간 공사를 단행해서라도 올 12월 신고리원전 3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농사와 일터로 차질 없이 내보낼 수 있도록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 공사에 전력을 기울이겠습니다.

한국전력공사 사장 조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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