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 골프장 첫 주말개장 르포 - 24시간 대기 2시간 라운딩

관리자
발행일 2005-10-10 조회수 28

24시간 대기 2시간 라운딩

[서울신문 2005-10-10 09:00]


[서울신문]금요일인 7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골프장.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속에 승용차 20여대가 정문 앞 도로에 꼬리를 물고 서 있다. 선착순 부킹이 시작되는 다음날 새벽 3시까지는 무려 12시간이 남아 있지만 이렇게 기다려서라도 공짜 골프를 쳐보겠다는 사람들이다. 갑자기 견인차가 등장했다. 차들이 일제히 흩어져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 와중에 주인 없던 차 4대가 견인돼 갔다. 그러나 30분이 채 안돼 차들은 똑같은 자리에 몰려들었다.
●첫 주말 라운딩…평일 3배 몰려
지난 4일 국내 첫 도심속 무료 골프장으로 문을 연 이곳은 첫 주말 개장을 앞두고 혼잡 그 자체였다. 관리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부킹을 하려는 사람이 평일의 3배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단은 골프 한 팀이 4명인 점을 감안해 차 한 대당 4명까지 손목에 부착하는 입장띠를 준다. 입장띠 순서에 따라 티오프 시간을 정할 자격이 주어진다.
이번이 세번째 부킹 시도라는 조영삼(41)씨는 “이전에 오후 11시쯤 나왔다 허탕을 쳤기 때문에 오늘은 부킹시작보다 15시간이나 이른 낮 12시에 나왔다.”고 말했다. 승용차는 오후 6시쯤 80대를 넘어섰다. 하루 수용인원이 240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미 완전히 차버린 셈이다.
●새치기에 불법주차, 주먹다짐까지
자리다툼이 치열하다보니 감정이 예민해져 주먹다짐까지 벌어졌다. 오후 6시40분쯤 50대 여성(53)이 정문 출입을 위해 비워둔 30번째 차량 뒤 빈 공간에 슬쩍 차를 갖다댔다. 뒤차들이 일제히 경적을 울렸다. 경비원 고모(60)씨가 “정문 앞이니 차를 빼라.”고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고성과 완력이 오갔다. 결국 순찰차가 출동,50대 여성은 폭력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오후 7시. 대기차량이 계속 늘어 120여대가 됐다. 슬슬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이맘 때가 되면 차량견인 등 야간 주차단속이 없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차주의 반 정도가 차만 대놓은 뒤 새벽 3시에 맞춰 돌아오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현장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장면, 통닭 등 음식점 오토바이들이 속속 등장했다.
●“인터넷 예약이나 추첨등 도입해야”
드디어 8일 새벽 3시에 부킹이 시작됐다. 티켓을 손에 넣은 것은 62번째 차량까지였다. 허탕을 친 박철수(39)씨는 “공정성을 위해 선착순을 택한 것은 이해하지만 운영자나 이용자나 모두 피곤한 방법”이라면서 “인터넷이나 추첨 등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8일 오후 상암골프장 앞은 전날과 달리 한산했다. 일요일은 쉬기 때문이었다.9홀 라운딩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2시간. 반응은 엇갈렸다. 김모(42)씨는 “15시간을 기다려 오전 6시44분에 라운딩을 시작했지만 밤을 꼬박 새운 탓에 제대로 못쳤다.”면서 “이번 한번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처음 줄을 선 지 꼬박 24시간 만에 골프장에서 나온 이모(35)씨는 “우리가 봐도 요지경 같긴 하지만 공짜로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는 것 같다.”면서 “친구들을 모아 다시 올 생각”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서민들은 이용 불가능”
한편 난지도시민연대와 서울환경연합은 9일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난지골프장을 가족공원으로 돌리라는 캠페인을 폈다. 이들은 “5만평 규모 하늘공원에는 주말이면 10만여명이 찾아와 휴일을 즐기는데 11만평 규모의 노을공원에는 하루 240명의 골프 동호인만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와 체육공단은 택시기사도 골프를 칠 수 있다고 선전하지만 먹고 살기 바쁜 택시기사가 밤새 줄서서 골프를 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면서 “이는 서민을 우롱하는 선전일 뿐”이라고 말했다.
운영방식을 놓고 빚어진 서울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갈등에 이어 난지골프장을 둘러싼 홍역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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