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굵고 크게 자라는 녹나무 이야기

관리자
발행일 2012-02-21 조회수 24


세계에서 가장 굵고 크게 자라는 녹나무 이야기


 


박상진


 


자료출처 : 우리숲진블로그


 


 


옛사람들은 옷장 속에 넣어 둔 옷을 꺼내서 입으려고 보면 작은 구멍이 송송 뚫려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흔했다. ‘좀이 슬다.’는 우리말처럼 좀 벌레가 섬유질을 갉아먹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럴 경우 선조들은 녹나무에서 채취한 장뇌(樟腦, Camphor)라는 방충제를 넣어 좀이 슬지 않게 했다. 아예 옷장을 녹나무로 만드는 등 예부터 고급 가구재로도 이용되었다. 의약용으로는 강심제로 쓰이고, 무연화약의 제조 등 공업원료로 이용되기도 했다. 녹나무는 장목(樟木)이라 했으며 예장(豫樟), 향장(香樟)등의 다른 이름을 가진 대표적인 자원식물이다. 키 4~50m, 지름 5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굵고 키가 큰 나무 중 하나이다. 원래 자라는 곳은 열대와 아열대이며, 일본이나 중국의 양쯔 강 이남에서도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주도에 자라며 남해안 해안선과 섬 지방이 자랄 수 있는 최북단 경계에 해당한다.




 








녹나무로 만들어진 창녕7호분 목관





 





중국배로 밝혀진 진도 벽파의 녹나무 통나무배






녹나무는 크게 자라고 목재는 비교적 단단하며 물속에서 잘 썩지 않으므로 예부터 배를 만드는 데 널리 쓰였다. 1991년 진도 벽파리라는 옛 항구의 갯벌에서 길이 19미터, 중앙 지름이 자그마치 2.3미터나 되는 녹나무로 만든 송․원(宋․元)시대의 중국 통나무배가 발굴되었다. 또 1986년 신안 앞바다에서 인양된 같은 시기의 중국무역선에서도 선체의 격벽(隔璧)이 녹나무였다. 일본의 역사책 《일본서기》에 보면 그들의 잡다한 시조(始祖) 신은 신체 각 부위의 털을 뽑아 여러 가지 나무를 만들었는데, 눈썹의 털로 녹나무를 만들고 배를 만드는데 쓰라고 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배는 물론 그들이 자랑하는 백제관음을 비롯하여 많은 불상도 녹나무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녹나무를 선박재로 사용한 예는 없으나, 거북선을 비롯한 우리 전함의 외판을 보강하기 위한 재료로는 녹나무가 가장 적당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2004년 경남 창녕에서 발굴된 6세기경 축조한 가야고분의 목관이 녹나무였다. 녹나무는 배 만들기 이외에도 여러 쓰임새가 있다. 고려 원종 14년(1273)에 원나라에서 황제의 용상을 만들 녹나무를 요구하였고, 이어서 10여 년 뒤인 충렬왕 9년(1283)에는 특별히 탐라도의 녹나무를 보내달라는 기록이 있다. 유럽까지 정벌하여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왕국을 만들었던 원나라 임금의 용상을 만든 재료가 될 만큼 녹나무는 우량재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녹나무를 흔히 만날 있는 곳은 제주도이다. 육지에서의 복숭아나무와 마찬가지로 녹나무를 집 안에 심지 않는 풍습이 전해온다. 녹나무가 있으면 귀신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조상의 제사를 모실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또 녹나무 잎은 예로부터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는데 갑자기 위급한 환자가 생기면 녹나무 잎이 깔린 온돌방에 눕히고 불을 지핀다. 강심제로 쓰이는 장뇌가 나와 환자에게 충격을 주므로 깨어나게 하는 것이다. 부처님오신 날 전후에는 녹나무 잎을 넣어 시루떡을 만들기도 했다. 향기도 좋지만 더 오래 떡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제주 복자성당 녹나무









남해 도마리 녹나무, 관리부실로 죽은 가지가 많다









 

제주 서귀포시 도순리의 녹나무 숲이 천연기념물로 162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원래 이곳에는 지름 2m가 넘는 고목나무 한 그루가 천연기념물 41호로 지정되어 있었으나 1967년 고사하여 버렸다. 지금 살아있는 최고의 녹나무 고목은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 복자수도원 ‘면형의집’ 앞마당에 자란다. 키 16m, 지름 1.5m, 나이 2백년쯤이며 가지가 사방을 고루 퍼져 모양새가 아름답다. 이곳은 서귀포에서 처음 복음을 전한 ‘홍로성당’터이다. 1953년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가 창립된 이후, 1959년 서귀포분원이 조직되면서 당시에는 폐가로 있는 집을 수리하여 피정의 집으로 사용하였으며, 현재의 건물은 1973년에 새롭게 현대식으로 건립된 것이다. 당시부터 녹나무는 자라고 있었으며 증축을 하면서도 잘 보호하여 오늘에 이른다. 또 제주 삼도2동 제주 의료원 앞에는 지름 80~90cm남짓한 두 그루의 녹나무는 제주기념물 34호로 지정되어 보호 받고 있다. 남해안에는 경남 남해 고현면 도마리 마을 입구 19번 도로 옆에는 면형의 집 녹나무와 규모가 비슷한 녹나무 고목이 한 그루 자란다. 그러나 과도한 흙덮기를 하는 등 관리 부실로 상태가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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