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굵고 크게 자라는 녹나무 이야기
녹나무로 만들어진 창녕7호분 목관
중국배로 밝혀진 진도 벽파의 녹나무 통나무배
녹나무는 크게 자라고 목재는 비교적 단단하며 물속에서 잘 썩지 않으므로 예부터 배를 만드는 데 널리 쓰였다. 1991년 진도 벽파리라는 옛 항구의 갯벌에서 길이 19미터, 중앙 지름이 자그마치 2.3미터나 되는 녹나무로 만든 송․원(宋․元)시대의 중국 통나무배가 발굴되었다. 또 1986년 신안 앞바다에서 인양된 같은 시기의 중국무역선에서도 선체의 격벽(隔璧)이 녹나무였다. 일본의 역사책 《일본서기》에 보면 그들의 잡다한 시조(始祖) 신은 신체 각 부위의 털을 뽑아 여러 가지 나무를 만들었는데, 눈썹의 털로 녹나무를 만들고 배를 만드는데 쓰라고 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배는 물론 그들이 자랑하는 백제관음을 비롯하여 많은 불상도 녹나무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녹나무를 선박재로 사용한 예는 없으나, 거북선을 비롯한 우리 전함의 외판을 보강하기 위한 재료로는 녹나무가 가장 적당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2004년 경남 창녕에서 발굴된 6세기경 축조한 가야고분의 목관이 녹나무였다. 녹나무는 배 만들기 이외에도 여러 쓰임새가 있다. 고려 원종 14년(1273)에 원나라에서 황제의 용상을 만들 녹나무를 요구하였고, 이어서 10여 년 뒤인 충렬왕 9년(1283)에는 특별히 탐라도의 녹나무를 보내달라는 기록이 있다. 유럽까지 정벌하여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왕국을 만들었던 원나라 임금의 용상을 만든 재료가 될 만큼 녹나무는 우량재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녹나무를 흔히 만날 있는 곳은 제주도이다. 육지에서의 복숭아나무와 마찬가지로 녹나무를 집 안에 심지 않는 풍습이 전해온다. 녹나무가 있으면 귀신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조상의 제사를 모실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또 녹나무 잎은 예로부터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는데 갑자기 위급한 환자가 생기면 녹나무 잎이 깔린 온돌방에 눕히고 불을 지핀다. 강심제로 쓰이는 장뇌가 나와 환자에게 충격을 주므로 깨어나게 하는 것이다. 부처님오신 날 전후에는 녹나무 잎을 넣어 시루떡을 만들기도 했다. 향기도 좋지만 더 오래 떡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제주 복자성당 녹나무
남해 도마리 녹나무, 관리부실로 죽은 가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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