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가 만난 사람-정동진,김정희,정현재,정지훈가족

관리자
발행일 2006-09-27 조회수 11

별주부가 만난 사람 19-어린이 환경 운동가 지운이네
가을이 깊어지게 하는 보슬비가 살짜기 내리는 저녁.
지운이네를 찾았다. 문수동  흥화 아파트 2동 202호. 지운이가 내게 각인 시켰다. 주소가 쉽다고 금방 외울 수 있을 거라면서. 자존심상 외우지 않을 수 없었다.ㅎㅎㅎ
주차 공간을 쉽게 찾지 못한 우리는 약속 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거실 불빛을 뒤로 베란다를 서성이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이 우리를 기다리는 듯 설레인다. 아이를  인연으로 찾은 지운이네 집에는 지운이 만큼 순하고 따뜻해 보이는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깥 어디에서 만나도 지운이 형인 줄 알겠는 현재랑 화장기 없는 얼굴이 담백해 보이는 엄마랑 가장의 품위가 묻어나는  아빠랑 벌써 잠자리에 드셨다는 할아버지랑 할머니.
지난 여름, 어린이 환경캠프에서 만난 10살 지운이는 인상적이었다. 남수천을 따라 오르면서 상류, 중류, 하류를 구분해서 페트병에 물을 담았다. 오염도를 비교하기 위해서란다. 다시 하천을 따라 내려오는 길에서는 천변의  쓰레기를 주워 담는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었다.  아이니까 칭찬 받으려 하는 행동일 수 있지만 가는 곳마다 곤충 도감, 식물 도감을 옆구리에 끼고 참으로 진지한 아이다. 글쎄 새 학기 마다 바뀌는 장래 희망 같은 거 말고 자기는 환경운동가가 될 거란다. 캠프에 함께 참여한 아이들도 어느새 지운이를 환경 박사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내가 말을 걸었다. “지운이네 집에 한 번 가보고 싶네. 부모님도 만나 뵙고 싶고, 또 경은이 하고는 나이도 같으니 친구하면 되겠고.”
그래 만나게 되었다. 순전히 지운이 덕분에.
지운이 이야기만  하다 보니,“ 나는 액자에요?” 라고 현재가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 날 저녁, 서성이기만 하던, 아니 서성이다가 엄마 아빠하고만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에게 은근슬쩍 관심을 표현해 오던 장난기 어린 현재, 지운이 형제의 모습이 떠오른다.
고 3 담임을 맡고 있는 지운이 아빠는 바쁘시다. “힘드시겠어요.”했더니 “저야 뭐 힘드나요. 아이들이 안됐죠. 학교 밖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있잖아요.”아이들이 안쓰러우시단다. 여가 시간에도 변변한 놀이 문화 공간 하나 없어 시민회관 앞을 서성이는 아이들이 위험해 보이신단다.
이어지는 조언 한마디. “담배도 피우기 전에 그 해악을 알려야 하는 것처럼 환경 교육도 어린아이들에게 집중해야 효과적이에요.  그러러면 아이들을 고려해서 지치지 않게  프로그램을 진행 했으면 좋겠어요. 지난 번 <재생 가는 에너지 현장 견학>은 어른들도 지칠 정도의 강행군이더군요. 아이들은 다음엔 안 오고 싶어 하죠.”
아빠 말씀을 듣고 있던 우리의 지운이 “아빠는 힘들었어요? 나는 안그랬는데...”
녀석, 고맙게도.  사실 지운이는 시내권을 돌 때에도 멀미를 할 만큼 차멀미가 심한 데 좋아서 하는 일에는 에너지가 솟는 법이라 그 먼 거리를 승합차를 타고 걷는 것을 반복해도 투정 한 번 부리지 않더란다.
여기서 또 지운이 얘기. 지운이는 길을 가다가도 에너지가 낭비되는 현장을 보면 못견뎌한단다.
비결을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데 그건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한 식구인 덕분이시란다. 그 분들이야 말로 환경이라는 말씀 이전에 아끼고 살리는 일이 몸에 자연스레 배신 분들이기 때문에...... 할아버지께서는 버려진 화분의 화초들을 다 거두어 살리신단다. 섬기는 부모 밑에서 큰 사람이 난다고 아이들은 듣는 데로 배우기 보다는 보는 데로 배우지 않는가
지운이네 아빠는 정말 바쁘셨다. 객인 우리가 지운이 아빠를 배웅 해 드렸다. “안녕히 다녀오세요.” 우리 말고도 어길 수 없는 약속이 또 있으신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 때부터 아줌마들의 수다는 시작되었다.
초면이고 늦은 시간이고 부모님들이 주무시고...그래서 권하는 복분자주는 다음을 기약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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