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핵발전소 앞 천막농성 2년, 거주이전의 자유를 요구하다!

관리자
발행일 2016-10-14 조회수 3



월성핵발전소 앞 천막농성 2년, 거주이전의 자유를 요구하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kyongju@kfem.or.kr)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월성핵발전소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나아리 주민의 투쟁이 지난 8월 25일을 지나면서 만 2년이 넘었다. 이주대책위 주민들은 천막농성 2년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 다양한 사업을 기획했다. 후원금 모금, 나아리 방문의 날, 국회토론회 등이 계획대로 진행됐다.
먼저, 모금을 살펴보면 1,200만 원의 후원금이 모금될 예정이다. 9월 24일 현재 11,545,000원의 후원금이 입금됐고, 민주노총 경북본부 조합원의 후원금이 곧 전달되면 총 모금액은 1,200만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천막농성 2년을 맞아 전국에서 보내준 후원금에 주민들은 매우 놀라워 했다. 지난 2년간 싸워오면서 “누가 우리 처지를 알아주겠나?” 했는데 짧은 시간에 1,200만 원이 답지했기 때문이다. 후원금을 보내준 개인과 단체가 어림잡아 200곳은 된다. 2014년 8월 25일 천막농성을 처음 시작할 때 72가구가 함께 했으나 2년이 흐른 지금 30여 가구만 남았다. 어려운 투쟁을 이어온 만큼 전국의 탈핵 시민은 나아리 주민들을 잊지 않고 있었다.
‘나아리 방문의 날’ 행사도 주민들의 지친 맘을 보듬었다. 9월 3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천막농성장에서 펼쳐진 행사에 100여 명이 모였다. 당일 오전까지 강한 비바람이 불었으나 주민들은 강행 의지를 밝혔고 멀리서 많은 분이 연대했다. 인근의 울산, 포항, 대구뿐 아니라 멀리 서울에서 달려왔다. 흥을 돋우는 공연은 주로 아동들이 맡았다. 플루트, 바이올린, 피리 연주 등 대부분의 공연을 초중학생이 준비해서 무대에 올렸다. 공연 사이 사이에 지역별로 연대자들이 빠짐없이 인사하고 힘주는 말씀을 보탰다. 김익중 교수의 통기타 연주를 배경으로 모든 연대자가 주민들에게 장미꽃을 한 송이씩 건네며 따뜻하게 안아 드리는 것으로 행사는 막을 내렸다. 천막농성 주민이 절반으로 줄어든 만큼 투쟁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김진일 부위원장(68세)은 “그동안 많이 혼란스러웠는데 이제 어떻게 할지 분명히 알게 됐다”는 말로 나아리 방문의 날 행사에 오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월성원전 인근 이주요구의 타당성과 제도개선 방향] 국회 토론회가 9월 8일(목) 오전 10시 국회 앞 글래드 호텔에서 개최됐다. 토론회에 앞서 국회 정론관에서 ‘이주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는 윤종오 의원(울산 북구)과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이 나아리 주민의 투쟁에 관심을 두면서 성사됐다. 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이주문제가 국회에서 공론의 장을 마련하데 2년의 세월이 걸렸다. 주민들은 정의용 산업통상자원부 상생협력팀장, 전휘수 월성원자력본부장 등이 토론자로 참가하는 단순한 사실만으로 기뻐했다.
토론회의 제일 큰 성과 중 하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실시한 [발전소 인근지역 주민 집단이주제도의 타당성 고찰 및 합리적 제도개선 방안 연구]가 일반에 공개된 것이다. 연구 보고서는 ‘원전 최인접 마을은 간접제한구역으로 지정하여 주민들이 이주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결론 맺고 있다. 정의용 팀장은 나아리 주민의 이주대책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주민 피해로는 이주에 필요한 법 개정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힘들다는 태도를 밝혔다. 주민들의 방사능 피폭이 기준치 이하라는 한수원의 입장에 따른 의견이다. 그러나 작년 8월 이주대책위를 방문한 ECRR(유럽방사성위험위원회) 크리스토퍼 버스비 박사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이 계산한 피폭량에 최소 1,000배를 곱해야 실제 피폭량에 근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러 주민이 발언을 신청하여 “특별한 보상을 해 달라는 게 아니다. 이사 갈 수 있도록 자산을 처분해 달라는 것인데 그것도 안 되느냐”며 정부 측을 성토했다. 10시에 시작된 토론회는 12시에 마칠 예정이었으나 토론 열기가 뜨거워 오후 1시가 지나서 마칠 수 있었다. 정의용 팀장은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대책을 더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아리 주민은 살기 위해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을 접하면서 치유될 수 없는 불안이 일었다. 소변검사를 하면 모든 주민의 몸속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나왔다. 정부는 피폭량이 적어서 건강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서울 사람의 몸속에는 없는 방사능이 왜 우리 몸에서만 나와요?”라고 항의하며 하루빨리 방사능과 핵발전소 사고의 공포가 없는 곳으로 이사 가길 원한다. 그러나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았다. 핵발전소 주변은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나아리는 부동산 거래가 없는 동토가 됐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다. 나아리 주민은 바로 그 ‘거주 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했고 핵발전소가 주범이다. 그러므로 핵발전소를 건설한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주민 이주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글은 탈핵신문 10월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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