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부족'이 아닌 원전 '때문에' 생기는 정전 위험

관리자
발행일 2013-01-12 조회수 4

























원전 '부족'이 아닌 원전 '때문에' 생기는 정전 위험

- 적정한 전기요금과 수요관리, 재생에너지 정책으로 안정적인 전력관리해야

















등록일: 2013-01-10 11:14:44, 조회: 446







오늘(10일) 오전 10시부터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이 시작된다. 2011년 9월 15일 순환정전이 발생한 이후로 두 번째 훈련이다.
지난 해 6월 20일 훈련에서는 548만kw를 일시에 줄였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아래 그림 참조).








▲ 오늘(10일) 실시한 정전대비 훈련의 결과 예상되는 전기수요보다 500만kw 줄었다
(초록색 점선 대비 빨간색 실선).




기후변화가 가속되면서 올해는 여느 해보다 한파가 심한 가운데 원전 가동 수가 적어서 전력난이 심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현재 가동이 중단된 원전은 3기다. 원자로 헤드 관통관 균열 문제가 발생한 영광원전 3호기, 수명이 다해서 멈춘 월성 1호기, 증기발생기 교체 문제로 중단된 울진 4호기다. 해당 부품 중 위조 부품이 97%를 차지한 영광 5·6호기의 경우 전력난에 여론에 힘입어 우선 확인된 부품만 교체하고 연말연초에 가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원전이 부족해서 정전 위험이 있는 것일까? 아니다. 원전 때문에 정전 위험이 있다.





▲ 오전 10시 정전대비훈련에 맞춰 전등을 끈 환경연합 회의실




우선 ‘정전’과 ‘블랙아웃’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정전은 송전선이 번개를 맞아서 발생하기도 하고 교통사고로 전봇대가 넘어져서 선로가 끊기거나 도로공사 중 굴착기가 지하 송전선로를 건드렸을 때도 발생한다. 변전소의 결로현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정전은 오래가지 않는다. 수십분 또는 수시간 내에 복구가 가능하다. 문제는 어느 지역에서 발생한 문제가 전체 송전망으로 순식간에 퍼지는 경우다. 그게 블랙아웃(계통 붕괴)이다. 문제가 생긴 지역의 송전선로를 차단해서 해당 지역을 복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차단이 늦어지거나 이런 경우가 여기저기 발생해서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순식간에 전체 송전망으로 문제가 확산되면서 대규모 정전사태인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역적인 정전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모든 전력시스템이 정지되는 ‘블랙아웃’은 복구하는 데 빠르면 3일에서 10일까지 걸릴 수 있다.

100만㎾ 이하로 예비전력이 떨어지면 ‘심각’ 단계의 경보가 발령되지만 예비전력 10만㎾만 있어도 문제는 없다. 일단 전기가 부족해지면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전기가 부족한 지역의 송전망을 전체 송전망에서 탈락시키고 나서 다시 전기를 공급하면 된다. 가정에서 갑자기 전기 과부하가 걸렸을 때 차단기가 자동으로 내려가고 다시 차단기를 올리면 회복이 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를 위해 한전에서는 송전망을 24시간 컴퓨터 화면으로 주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지역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지역을 다른 지역과 송전선로를 차단하고 즉시 복구작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  전력거래소는 그날 기후, 요일과 전력공급 상황에 따른 피크 예상시간과 예비전력을 예보한다




전기 수요는 예측 가능하다. 수십년간 계절별로, 요일별로, 시간대별로 소비패턴이 반복되고 일정한 추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전기 수요를 일으키는 환경 역시 예측이 가능하다. 예상 전기 수요는 오차가 별로 없다.
100만㎾짜리 대규모 발전소, 원자력발전소 하나에 고장이 발생해서 갑자기 송전망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문제다. 대용량 원전이 갑자기 전기 공급을 멈추게 되면 지역 송전망 차단으로 복구할 수 없는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다. 원전은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가동하는 데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 안전하지 않은 대용량 원전이 오히려 전기 공급 체계를 불안정하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전력난은 전력소비가 많을 때 발생하는 문제다. 전력난을 우려할 만큼의 최대전력소비를 기록하는 날은 1년 중에 며칠이고 그 며칠에서도 한두 시간이다.
여름에는 한낮에 더운 열기 때문에 발생하는 냉방전기 수요로 오후 3~4시쯤에 발생한다. 겨울에는 전기난방 수요로 오전 10~11시에 발생한다. 점심 손님을 맞기 위해 가게들이 일제히 전기난방 스위치를 올리는 것이다. 전력수급 경보는 이때를 위한 것이다. 위 그림의 오늘(10일)의 전력거래소 전력예보에는 오전 9시부터 10시에 최대전력수요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비전력은 51만kw로 원전 5기분량이 넘는다.

전기 소비가 늘어나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지면 ‘관심’ 단계 발령을 내리는 것과 함께 전기요금을 두 배쯤 올리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당연히 전기 소비를 줄일 것이다. 최대전기소비 시간을 피해서 전기를 소비할 것이다. 전기제품의 사용이나 전기를 이용한 공장 업무도 전기 소비가 적은 시간대로 분산해서 사용할 것이다. 전력난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비용도 별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원가 이하로 싼 것에 더해서 전기 소비가 아무리 늘어도 요금 변동이 없다. 전체 전기 사용량의 80%를 차지하는 산업계와 상가 등 일반 건물이 쓰는 전기요금은 누진제도 없다. 전기요금이 너무 싸다보니 건물이 온통 유리인 건물이 최신 건물로 등장하고 있다.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에 더 추운 이런 건물들이 냉난방, 환기 모든 것을 전기로 사용한다.

원전비중을 늘리는 이유 중 하나가 원전단가가 싸다는 것이다. 저렴한 전기요금을 유지하기 위해서 원전비중을 늘리는 것 외에도 원가 이하로 전기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싼 전기요금으로 전기 사용이 필수적이지 않은 난방이나 건조 등에도 전기가 쓰이고 있고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가동으로 인한 사고 비용, 핵폐기물 비용, 폐로 비용, 환경오염 비용 등은 과소 책정되어 있거나 전혀 책정되어 있지 않다. 결국, 미래세대에게 미루고 있는 셈이다.

원전 산업계에서는 독일의 전기요금이 비싸다고 비판하지만, 그런 독일이 우리보다 더 잘살고 행복지수도 더 높다. 싼 전기요금이 국민들 삶의 질 개선에 크게 이바지 하지 못한다. 오히려 특정 에너지다소비층의 특혜라고 볼 수 있다.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다른 정책을 쓰는 게 맞다.

전력시장에서 시장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니 정부가 할 일이라곤 전력난 공포감 조성이다. 전기가 부족하니 지금 전기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정전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겁주는 거다.
이제는 다른 방법도 생각해 보자. 최대전력소비가 예상될 때 잠깐 가동할 수 있는 소규모 가스발전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대형 건물에 있는 비상용 자가발전설비만도 원전 19기 분량으로 6만대가 넘는다. 웬만큼 큰 공장들도 자가발전설비를 갖추고 있다. 전력난이 예상되는 몇 시간만 주요 대규모 전기 소비자들, 대형 건물, 백화점, 큰 공장들이 자가발전기를 가동하면 된다. 문제는 전기요금이 너무 싸다보니 자가발전기를 돌리지않는 것이다.








[표 1] 전력난은 최대전력소비 대비 전력공급량을 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충분한
공급예비력이 확보되어 있다. 정전대비 훈련이 끝난 뒤 전기소비가 늘어났지만
741만kw, 원전 7기 반 분량의 전기가 남는 상황이다.




전기난방을 제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11년 최대전력소비에서 전기난방 비중이 25%였다. 위험을 무릅쓰고 원전을 가동해서 생산한 전기가 30%인데 대부분을 전기난방하는 데 쓰는 셈이다. 난방기 온도를 1도만 조정해도 원전 1기 분량을 절감할 수 있다. 전기냉난방기를 가스냉난방기로 교체해도 된다.

수요를 줄이는 정책은 얼마든지 있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전기 사용을 위해서라도 전반적인 원전의 안전조사가 시급하며 원전 중심의 전력정책은 전력수요 관리와 재생가능 에너지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 인물과 사상 1월호와 경향신문 1월 1일자 기고문을 수정한 글입니다.




      글 : 양이원영(에너지기후팀)
      담당 : 양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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