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상식 13 **

관리자
발행일 2003-02-07 조회수 8

** 환경상식 13 **
생명 없는 나무에 종이꽃이 피고
옛탑 하나 없는 벌판의 신흥도시에서
가건물인 상점들을 본다
거대한 가짜 깡통을 받치고 있는
옥상의 광고탑 기둥들
비디오가게의 근육질 포스터들
비닐은 도처에서 펄럭이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 누구보다도
조화옹(造化翁)이 들여다봐야 할 조화(造花)들
생명 없는 나무에
종이꽃이 피고
화분의 흙은 진짜 흙인지
가짜 개미도 한 마리 걸어가는지
가건물이 늘어선 거리에서 욕망은
광고빨이 먹혀든 상품들을 집어삼키고
포장된 선물상자를 뜯어보니
가짜 눈알만 하나 뚱그렇게 놀라
가짜인 나를
보고 있다면
-최승호
1954년 춘천에서 태어났다. 1982년 (대설주의보) 외 48편의 시로 <오월의 작가상>을 수상했고 시집 (고슴도치의 마을)로 제5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세속도 시의 즐거움), (회저의 밤), (그로테스크) 등이 있다.
- 위 시는 최승호의 (코뿔소는 죽지 않는다)라는 생태시선집에서 발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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