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준영 전남지사의 영산강 궤변 / 조선대학교 이성기 교수

관리자
발행일 2010-06-22 조회수 3

[기고] 박준영 전남지사의 영산강 궤변
조선대학교 이성기 교수
  

박준영 전남지사가 ‘영산강 궤변’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민주당 당론인 4대강 사업 반대는 존중한다면서도 영산강 개발에는 찬성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운하 건설에는 반대하지만 영산강 살리기 사업만은 추진돼야 한다는 박 지사의 ‘소신’에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의 칭송이 이어진다. 야권 광역단체장들의 4대강 사업 반대 연대에도 부정적인 의견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준설과 보 건설이 영산강 수질개선을 가져오는 해법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과연 박 지사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는 이야기인가?
정부의 영산강 사업 내용엔 뱃길 복원이 명시돼 있다. 오래전부터 뱃길 복원을 주장해온 전남도와 나주시 등 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는 형태를 취한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운하는 반대하지만 뱃길 복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운하 건설과 뱃길 복원을 별개로 보기 때문이다. 운하는 큰 배가 다니는 수로고, 뱃길은 소형 배가 다니는 수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영산강 개발은 운하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영산강엔 보 2곳이 건설되고 최소 수심을 5m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강바닥이 준설된다. 수로 너비도 최소 50m 이상을 유지하게 돼 2000t 이상의 바지선이 운항하기에 충분한 규모다. 이것이 운하가 아니고 무엇인가? 박 지사는 2000년 전남도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받은 영산강 뱃길 복원 용역에서 경제성이 없다고 나온 결과를 다시 한번 꼼꼼히 검토하길 바란다.
지금의 영산강 개발이 과연 수질개선을 위한 사업일까? 일부에선 강바닥의 유기퇴적물이 수질오염의 주된 원인이므로 준설하면 상당한 수질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준설을 통한 수질개선 효과를 논하려면 먼저 강바닥이 어디가 얼마만큼 오염됐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설령 수질개선을 위해 제한적 구간에서 준설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수심 5m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강 전체를 준설하면 되레 강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산강 수질은 퇴적토의 준설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영산강 준설계획 구간의 하천 저질 분석 결과 화학적산소요구량(COD) 1.2~12.2㎎/g으로 조사돼 토양오염 우려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 미국 환경청(EPA) 유기물 오염 판단지표 기준과 비교할 때도 양호한 상황이다. 국토해양부 하천공사 표준시방서 오염물 퇴적기준(COD 항목의 경우 20~40㎎/g)과 비교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는 영산강 강바닥의 퇴적토가 심하게 오염돼 수질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박 지사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보를 건설해 저수량을 확보하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강을 준설하고 보를 만들면 흐르는 강물이 정체돼 결국 물이 썩게 된다. 물이 많아지면 희석효과가 생겨서 수질이 개선된다는 것도 억지 논리다. 희석효과가 발생하려면 오염물질 양이 일정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 뒤 그 대신 맑은 물이 다량으로 유입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런 전제조건은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만약 이 전제조건이 강이 흘러가는 상태에서 가능하다면 물은 더욱 맑아지게 될 것이다. 강바닥을 준설하고 보를 만든다면 하천의 자정작용이 완전히 제거돼 수질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영산강은 흘러야 산다. 여울과 소가 번갈아 나타나 물이 출렁거리고 모래와 자갈 틈새의 많은 미소생물의 분해작용과 수생식물의 정화효과 등이 더해져야 강이 자정작용을 할 수 있다. 정치도 소통이 중요하다. 민주당의 후광을 업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삼선에 성공한 박 지사도 진지하게 귀를 열어야 한다. 2004년 도지사 보궐선거 때 들고 나온 뱃길 복원 공약에 발목 잡혀 정부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것이 민심이다.


이성기 조선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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