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떼 파업’ - 설자리 를 없애자

관리자
발행일 2004-07-28 조회수 8

최근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 일수는 우리나라가 124일(1997∼2000년)로 같은 기간 일본의 1.4일, 독일의 1.1일, 영국의 14.1일, 미국의 70.4일을 압도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우리의 노사관계 경쟁력을 2년(2003, 2004년) 연속 최하위로 평가했다. 2004년 6월까지 집계된 노사분규는 320건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1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업 등 노동쟁의 빈도와 영향력에서 전 세계 최상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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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이 등돌린 고임금勞組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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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지하철 파업과 LG정유 파업은 노동 쟁의사에 새로운 교훈을 주고 있다. 고임금이라는 실익과 노동운동의 명분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노동조합의 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길거리를 헤매는데 LG정유 근로자의 평균연봉이 7000만원이라는 말이 나오니 너나없이 노조의 이기주의를 질타하게 된 것이다. 여론이 등을 돌리면 파업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해 준 사례다.

물론 파업 다발의 책임은 노사정 모두에 있다. 사용자의 비합리적 노무관리, 임시변통식 대응, 불투명한 경영 등 지적할 사항은 많다. 정부 또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노사정위원회에서 일자리 창출 협약이 맺어지고 노사정 최고대표회의를 만들었다지만 상급 단위의 그 같은 정치적 타협이 현장 노조의 전투성을 해소하는 데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그렇긴 하지만 쟁의 다발국이 된 1차 책임은 뭐니 뭐니 해도 노조에 있다. 한국의 노동운동도 개혁 과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첫째, 임금인상에만 집착하는 노동운동은 지양돼야 한다. 선진국의 노동운동도 단순한 임금인상에서 생산성 제고를 위한 참여로 전환해 가는 추세다.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는 재투자를 저해하고 산업공동화를 촉진시켜 고용불안정을 야기한다.

둘째,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강조하면서도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은 생각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예를 들어 완성차 노조가 자신들의 임금은 임금대로 올리고 회사별로 순이익의 5%를 별도 출연해 사회공헌기금을 만들자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법정근로시간을 훨씬 밑도는 수준으로 근로 시간을 끌어내리겠다는 LG정유 노조의 모습도 영세사업장 근로자에게는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로 비치기에 충분하다.

셋째, 사회공헌기금 도입, 비정규직 보호제도 입법, 손해배상 가압류 등의 제도 개선 관련 의제는 노사정위와 같은 사회적 대화협의체에 참여해서 논의할 때 비로소 실현 가능성을 갖는다. 그런데도 현장 노조가 단체협약 요구안에 이런 제도 개선 의제를 내거는 것은 고임금 쟁취를 위한 ‘포장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넷째, 상급 노조의 역할을 재고해야 한다. 상급 노조 사람을 만나면 상급 단체가 파업을 시작하게 할 수는 있어도 멈추게 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파업은 충분한 명분이 축적되고 조합원과 일체감이 있을 때만 사용하는 최후 무기여야 한다.

▼사회적 책임지는 노동운동 필요▼

다섯째, 협력적 대화를 어용으로 일축하는 노조의 폐쇄적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노사관계의 경쟁력은 대화에서 출발하는데 대화하는 조합장을 어용으로 모는 노조는 설 자리가 좁아지게 된다. 난마처럼 얽혀 있는 노동정치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합리적 노선을 취하는 조합장에 대한 조합원의 지지가 필요하다. 노조 내의 정치적 입지가 취약한 위원장은 절대로 합리노선을 견지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노동쟁의가 계속되면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가 우려된다. 합리적 노동운동에는 국민의 따뜻한 지지를, 비합리적 노동운동에는 매서운 비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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