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격다짐’ 건설 도심골프장 결국 ‘애물단지’

관리자
발행일 2011-03-06 조회수 4


‘우격다짐’ 건설 도심골프장 결국 ‘애물단지’






ㆍ여수 “지역경제 활성화 도움” 시민 반대 무릅쓰고 강행
ㆍ사업자 워크아웃 영업 중단 “환경만 훼손” 현실화 우려


















전남 여수시 봉계동에 조성된 여수시티파크 골프장. 골프장 주변의 산 허리가 잘려나가 흉물스러운 모습이다. | 나영석 기자



“여수 도심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여수시)

“여수석유화학산단 공장에서 내뿜는 공해물질 정화를 위해 보전녹지는 반드시 존치돼야 한다.”(시민단체)

2004년 10월 여수시에서는 도심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골프장 건설 사업을 둘러싸고 여수시와 시민단체가 옥신각신 입씨름을 했다.

지역경제활성화와 환경보전이라는 두 개의 가치가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운 끝에 결국 힘 있는 여수시가 밀어붙이는 바람에 사업은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6년여가 지나 문을 연 골프장은 당초 기대와는 달리 경영난을 겪었고 개업 업체는 파산 위기를 맞고 있다. 남은 것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 환경 훼손뿐이었다.

◇ 단추는 처음부터 잘못 끼워졌다 = 여수시는 여수 도심에서 시티파크리조트 조성 사업을 하고 있는 (주)여수관광레저가 최근 경영난으로 주거래 은행에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 신청을 했다고 3일 밝혔다.

여수관광레저는 봉계동 산 187일대 115만8000여㎡에 18홀 규모의 대중골프장과 관광호텔, 수영장 등을 포함하는 ‘여수 시티파크리조트’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 업체는 2004년 10월 리조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여수시와 ‘관광체육시설사업 추진과 공익사업 이행협약’을 체결하면서 해당 지역을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당시 재정경제부(현재 기획재정부)는 2006년 3월 리조트 예정지를 ‘지역특화발전 특구’로 지정·고시했다. 그러자 여수지역 시민·환경단체는 ‘도심에 절대로 골프장이 들어서서는 안된다’면서 반대 투쟁에 들어갔다. 하지만 공사는 거침없이 진행됐다. 여수에서 가장 울창했던 숲과 수문산성 터 등이 중장비의 굉음 속에 마구 파헤쳐졌다.

공사장의 발파 소음과 먼지 때문에 주변 주민과 학생들은 여름철에 창문을 열지 못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보다 못한 여수시민행동은 2006년 5월 대통령 직속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이런 실상을 고발했다. 국민고충처리위는 같은 해 11월 ‘사업중단 의결’을 주문했다. 감사원도 2008년 5월 리조트 개발 사업에 대해 ‘개인 사업자에게 특혜를 줬고, 산지전용 허가 기준을 허위로 적용했다’며 여수시에 사업 조정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감사원 지시도 소용없었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까지에는 전·현직 일부 공무원도 가세했다. 사업 진행이 점점 어려워지자 2008년 11월 1차 사업자가 사업권을 현재의 사업자에게 넘겼다.




















◇ 결국 생채기만 남아 = 여수시가 2009년 11월부터 1년 동안 골프장의 임시사용(시범 라운딩)을 허가하면서 문제는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재정 상태가 부실한 이 업체는 지난해 4월 55실 규모의 호텔을 지어 개업하면서 관련 규정을 어기고 대중골프장 회원권을 편법으로 분양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여수시민행동은 최근 이 업체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처럼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업체가 지난해 12월 주거래 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 업체가 사느냐 죽느냐는 오는 4월 중에 가려질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이 업체가 여수시와 협약한 100억원 규모의 ‘공익사업’(청소년수련시설) 이행 약속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여수시민행동관계자는 “정부와 여수시, 업체의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지역주민에게 ‘백해무익’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나영석 기자 ysn@kyunghyang.com>



입력 : 2011-03-03 22:07:29

수정 : 2011-03-03 22: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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