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국민연금 고갈의 오해와진실(펌)

관리자
발행일 2005-04-06 조회수 6

김연명 <중앙대교수·사회복지학>
요즘 국민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보도가 하나 있다. 국민연금기금 ‘고갈론’이 그것이다. 몇 년 전에는 2030년대 초반에 기금이 고갈된다고 하더니 요새는 2040년대 후반이라고 한다. 연금을 못받는다는 허탈감에 앞서 매달 걷어가는 보험료를 도대체 어디에 쓰기에 기금이 고갈되느냐고 눈을 부릅뜨기 십상이다.
현재 근로자들은 월급의 4.5%를 내고 사용주가 4.5%를 더하여 총 9%의 보험료를 매날 납부하고 있다. 현재대로 9%의 보험료만 낸다면 2040년대 어느 해에 가서는 기금이 고갈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100조원의 국민연금기금이 적립되어 있다는데 도대체 그 돈이 다 어디 가고 기금이 고갈된다는 것인가 하나의 오해와 하나의 진실이 있다.
오해 중의 백미는 정부가 연금기금 투자를 잘못해서 ‘원금을 다 까먹고 돈을 날렸다더라’‘정치자금으로 다 썼다더라’따위의‘소문’이다. 기가 차지만 이 소문을 ‘진실’이라 믿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80명의 공무원에게 특강을 하면서 혹시나 하여 “국민연금 돈이 100조원 쌓여 있다는데 사실이라고 보세요” 하고 ‘농담’으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대답은‘엽기적’이라 할만하다. 10여명만이 돈이 있을 것이라고 손을 들었다. 공무원도 이럴진대 일반 국민들이야 오죽하랴. 아무리 정부를 못 믿는다 해도 이 정도는 믿자. 지금까지 국민연금이 주식투자해서 원금을 까먹은 적도 없고, 정치자금으로 썼다는 증거도 없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그렇다면 왜 기금이 고갈된다는 것인가 너무나도 간단한 하나의 ‘진실’이 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연금을 훨씬 더 많이 타가도록 처음부터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납부한 보험료보다 약 2.6배의 돈을 연금으로 받아간다. 즉, 국민연금기금 고갈은 투자를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연금제도를 처음 설계할 때부터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뭐 이런 제도가 있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 점은 많은 선진국들이 우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연금제도를 만들었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원리로 연금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만 확인하고 넘어가자.
연금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못 받게 되는 것인가 너무나 명백한 사실처럼 생각되는 이 점은 ‘오해’에 훨씬 가깝다.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들은 연금기금이 고갈된지 오래다. 그래도 노인들은 연금을 받고 있으며 연금을 못 받을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처럼 돈을 많이 쌓아놓고 그 기금에서 연금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1년을 단위로 젊은 사람들에게 돈을 걷어서 그 해에 노인들에게 연금을 주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방식이 좋은지 아니면 유럽 방식이 좋은지는 정답이 없다. 여러가지 논점과 찬반 양론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세계적인 논쟁거리 중의 하나이다.
낮은 보험료와 높은 연금액 때문에 기금이 고갈된다면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연금을 인하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재정추계’에 따르면 현재 9%의 보험료를 2배 이상 인상하면 기금고갈 시점은 2060년대나 2070년대로 넘어간다. 반대로 연금액을 대폭 인하해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 적어도 ‘장기재정추계’에 따르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나 5년 뒤의 상황도 예측못하는 기법으로 60~70년 뒤를 예측하고, 그것을 근거로 현재의 연금구조를 ‘대폭적’으로 조정하는 정책결정을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이다.
현행 연금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9%의 보험료를 점차적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까지 인상해야 하는가는 보험료 부담 능력을 결정하는 한국 경제의 성장 정도와 연금을 타게 될 노인인구의 비중에 달려 있다. 일정 수준의 보험료 인상 없이는 연금은 ‘용돈제도’가 될 수 밖에 없다. 보험료를 어느 정도 인상하더라도 노후보장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고령화사회에 더 적합한 정책이 될 것이다.
* 참고하시고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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