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선 공동대표의 초록희망]‘에너지 먹는 하마’를 잡아라

관리자
발행일 2011-03-08 조회수 18

언론인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중동 시위사태로 인한 유가급등이 3차 오일쇼크 우려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주 부터 에너지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절전대책을 시행중이다. 휘황찬란하던 한강 다리들의 조명을 끄고 백화점 자동차판매업소 등 상업시설의 옥외 광고조명도 강제소등 조치됐다.
사실 요 근래 우리나라 대도시의 밤풍경은 너무하다 싶게 요란스러웠다. 오색조명도 모자라 강물 위로 물을 뿜어대는 반포대교는 그중 눈에 띄는 경우였을 뿐이다. 조명처럼 눈에 안 띄다 뿐, 한강물을 하루 24시간 전기모터로 끌어올려 흘려 보내는 청계천도 에너지 낭비엔 누구 못지 않은 강자다.
위기단계를 높여 에너지를 절약하는 건 좋은데, 좀 새삼스러운 느낌이 있다. 중동의 정정 불안이 아니라도,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유가가 계속 올라가리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마치 우리만 딴 세상에 사는 듯, 흥청망청 에너지 낭비로 일관하다가, 별안간 '위기경보'네 '주의 단계 격상'이네 하는 것이 눈가리고 아웅인 듯해서다.
광고조명 끄기로 전기가 얼마나 절약 되는지 모르지만, 요즘 우리 사회는 에너지 낭비가 구조화된 삶을 살고 있다. 예컨대, 요즘 신축 빌딩의 대세로 굳어진 통유리 집들을 생각해 보자. 첨단적 외관이 보기는 좋은데, 이 통유리빌딩들은 에너지 먹는 하마다.
쏟아지는 햇볕을 받아 여름엔 온실처럼 뜨겁고 겨울엔 냉기를 차단하지 못해 냉난방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명지대 건축학과 이명주 교수가 한 유리건물을 직접 조사해보니, 한낮 외부 기온은 25도로 쾌적한데, 내부온도는 평균 32도였다. 위치에 따라 53도까지 올라간 곳도 있었단다. 유리건물의 에너지 요구량은 410~700kWh/㎡a로 에너지 절약형 주택(패시브 하우스 120kWh/㎡a)의 3~5배에 이른다고 한다.
에너지 과소비가 구조화된 삶
요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초고층아파트의 에너지 낭비 또한 만만치 않다. 2007년 서울환경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5층 이하 아파트의 가구당 탄소 배출량이 2.95t인데 비해 25층 이하 아파트는 4.78t, 30층 이상 초고층아파트는 8.2t이나 되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할 수 없게 돼 있는 이들 초고층 아파트들은 조명과 난방 뿐 아니라 공기조절기를 상시 가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단순히 여유 있는 사람들이 관리비 많이 내고 사는 데 누가 뭐라 하랴고 할 문제일까.
지어진 지 80년 되는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최근 1억달러를 들여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해 그린빌딩으로 거듭났다고 한다. 창문 개량, 냉난방 및 조명시설 정비를 거쳐 에너지 사용량을 1/3 이상 줄여 연간 440만 달러를 절약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소요전력 100%를 풍력에너지를 생산하는 그린마운틴에너지컴퍼니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고 한다. 석유의존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줄여보려는 노력이다.
남들은 이미 지어진 건물도 고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데, 선진국에선 이미 에너지 과소비로 기피대상이 된 유리빌딩을 새로 짓느라 열을 올리는 건 답답한 일이다. 건축계와 건축주들도 현명한 에너지 소비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 절약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지 않는 것도 직무유기다.
그런데 진짜 에너지 먹는 하마는 따로 있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에너지 과소비형 산업에 치우친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다. 문제는 이들 산업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면서 효율 은 떨어진다는 점이다.
산업구조개선 심각하게 고민할 때
우리나라의 에너지 원단위(일정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데 드는 에너지 량)는 30개 OECD국가 중 5번째로 높다. 2009년 한국은 1000달러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데 0.299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를 썼다.
일본(0.096)의 3.3배, 독일(0.157)의 2배, 미국(0.187)의 1.6배다. 그런데도 정부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당초 2012년에서 2015년으로 미루기로 하는 등 에너지 소비 감축정책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올라가는 속도가 문제일 뿐 내려오지 않을 게 뻔한 석유값을 생각한다면, 더구나 녹색성장을 입에 달고 사는 정부라면, 산업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에너지 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바로 '경제를 위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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