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갯벌을 없애는 것 미래를 죽이는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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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6-03-15 조회수 6

기고] 새만금갯벌을 없애는 건 미래를 죽이는 짓/홍성태 [한겨레 2006-03-14 10:03]    

[한겨레] 새만금 갯벌은 거대한 생명의 터전입니다. 이 드넓은 갯벌은 자연이 우리에게 베풀어준 천혜의 선물입니다. 그런데 이 위대한 자연의 선물이 이제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농림부와 농촌공사와 전라북도가 강행하는 새만금간척사업 때문입니다. 이 사업은 새만금 갯벌을 죽이는 사업이고, 따라서 새만금 갯벌이 자리잡고 있는 전라북도를 죽이는 사업이며, 따라서 이 나라를 위기로 몰아 넣으려는 사업입니다.
잘 알다시피 이 사업은 신군부의 정권 재창출전략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1986년에 정부는 새만금간척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1987년 11월에 당시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는 전주에서 갑자기 새만금간척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합니다. 그 속셈은 뻔한 것이었습니다. 전라북도에서 거대한 개발사업을 벌이겠으니 자기가 ‘광주학살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그만 잊고 표를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광주학살의 참담한 역사가 새만금갯벌 학살이라는 또 다른 참담한 역사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86년 노태우의 검은 제안 “간척사업 할테니 광주학살 주범 잊어달라”
새만금갯벌은 전라북도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위대한 자연의 선물입니다. 조금만 노력을 한다면, 매년 수백만 마리의 철새들이 찾아오는 것처럼,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무모한 간척사업으로 새만금 갯벌을 없애 버린다면, 철새들은 물론이고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황폐한 땅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는 이처럼 아름답고 풍요로운 갯벌을 없애버린 무모하고 무식한 나라로 세계에 악명과 오명을 떨치게 되겠지요. 참으로 끔찍하고 암담한 미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애초에 농림부와 농촌공사는 농지를 만들겠다며 이 간척사업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농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져서 문전옥답마저 없애 버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게 전국 곳곳에서 뭉텅뭉텅 버려지는 농지들을 지키지 못하는 농림부와 농촌공사가 새만금 갯벌을 매립해서 농지를 만들겠다니 그야말로 ‘서천 소가 웃을 일’이 아닌가요? 농지의 경제성은 전혀 없다는 것은 이미 명백하게 밝혀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라북도에서는 540홀 규모의 골프장을 짓겠다거나 산업단지를 만들겠다거나 세계 최고층 건물을 짓겠다거나 하는 황당한 계획들을 계속 발표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새만금 갯벌의 경제적·생태적 가치 갈수록 커지는데
최근에 또 다시 놀라운 조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새만금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아서 앞으로 100년간 잃게 될 수산물 가치는 무려 32조원에 이른답니다. 연간 3200억원씩의 경제적 가치를 잃어버리는 셈이지요. 새만금간척사업을 위해 매년 중앙정부에서 쏟아붓는 세금은 지난 1991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1000억원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1000억원의 세금을 쏟아부어서 매년 3000억원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없애버리는 것이 새만금간척사업입니다. 자연의 가치를 말하지 않더라도 참으로 허무맹랑한 사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하나의 놀라운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최근에 새만금에서는 이제까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조개류가 발견되었습니다. 새만금의 자연생태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입니다. 선진국의 시민들은 새만금의 자연적,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새만금 갯벌을 지키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과제이며, 특히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새만금 갯벌을 지키느냐 죽이느냐는 우리가 선진국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느냐 마느냐의 잣대가 될 것입니다. 막대한 혈세로 배를 불리기 위해 새만금사업을 강행하는 토건국가 세력에게 이 나라의 미래를 맡겨서는 안 됩니다.
경제성과 환경성에 관한 모든 조사가 새만금간척사업의 부당성을 보여줍니다. 이런 객관적 조사결과를 무시하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새만금간척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이 나라가 여전히 개발독재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세계에 과시하는 것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새만금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이 나라의 미래를 죽이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 나라의 미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합니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새만금을 악다구니의 손에서 지키고 선진국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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