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은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재

관리자
발행일 2016-12-19 조회수 17



조류독감은 컨트롤타워 부재가 부른 인재
-13년 째 농림축산식품부는 철새 탓-
○ 지난달 17일 처음 국내 농장에서 확진된 H5N6형 고병원성 조류독감(AI) 때문에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살처분 된 닭·오리가 1000만 마리를 훌쩍 넘겼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는 0시 기준 살처분된 가금류가 981만7000마리로 집계됐고 앞으로 253만6000마리가 추가 도살 처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가 이날 발표한 역학조사 중간상황을 보면 경기 포천, 충남 아산, 경기 이천 등에 밀집해있는 산란계 농장에서 집중적으로 조류독감 양성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 1396만마리로 역대 최대 살처분을 기록한 지난 2014년의 악몽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도 조류독감이 발생하자 당연하다는 듯이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살처분 과정에서 여전히 동물들은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오리는 산채로 자루에 담기고 컨테이너로 옮겨졌다. 동물보호법에는 동물 도살 시 고통을 최소화하라는 지침만 있을 뿐, 살처분 과정에서 일어나는 동물의 권리 보호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어 법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조류뿐만이 아니다. 살처분 처리로 공들여 기른 가금류를 고스란히 폐사시켜야 하는 농민들의 피해가 막대하다. 물질적 보상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해마다 이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엄청나다. 아무리 가축이라 해도 그들은 생명들이고, 살처분은 곧 살생이다. 왜 해마다 이렇게 조류독감이 되풀이 되는 것인가?
○ 우선 정부는 조류독감의 발생원인 규명에 실패했다. 매번 농림축산식품부는 야생철새가 고병원성 조류독감 발생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곤 했다. 그러나 고병원성 조류독감은 죽거나 병든 철새에서만 주로 나온다. 최소한 수천km를 비행하는 철새들은 건강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철새 분변검사에서도 고병원성 조류독감 검출이 지극히 낮다는 결론이 나왔다. 따라서 야생조류의 방역에 조류독감확산방지의 초점을 맞춘 것은 이제까지 정부 방역 시스템의 오류였다. 설사 정부의 말대로 야생조류로부터 조류독감이 농가로 퍼졌더라도 이를 초기에 검출해서 최소한의 피해로 방역하는 것이 정부의 임무이다. 근 10년 간 반복된 대규모 살처분 사태는 바로 초기 검출 및 방역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탓인 것이다.
○ 이를 위해서는 조류독감 바이러스 검출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조류독감 검사권한이 농림축산검역본부로 일원화 되다보니 정밀검사 결과가 3~5일로 늦어져 제빠른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로 조류독감이 확산될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간이검사 기능만 있는 지역 가축위생시험소 기능을 강화하여 재빠른 정밀검사를 수행해야 한다. 가축위생시험소는 검사에 필요한 차폐시설을 구축하고 있고 조류독감 확진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 조류독감 발생 자체를 최소화 하는 동시에 바이러스가 농장 내에서 확산되는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현재 양계축산업의 계열화는 도계장 주변에 닭오리 사육농가 밀집 현상을 가져와 조류독감 발생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수직 계열화 한 대기업에 대해 ‘조류독감발생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 수직계열화한 대기업에 대하여 사육환경 개선명령을 내리고, 자체적인 ‘가축전염병예방계획(가칭)’을 수립하여 제출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조류독감 발생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기 위하여 ‘동물복지농장’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등을 통하여 사육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사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행정의 지원체계 구축도 기본이다.
○ 이미 한 지역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조류독감 긴급행동 지침에 백신 도입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 국토 면적이 좁기 때문에 조류독감 발생 시 위험지역(500m-3km)과 경계지역(3km-10km)은 예방백신을 적극 사용해 전국적인 확산 방지를 검토하자는 취지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이 방역과정 교차 감염 억제다. 예방적 살처분, 예찰, 채혈, 점검 등 여러 활동에서 방역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것이 우선이다. 방역과정에서 조류독감이 확산되지 않도록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충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규정 준수가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1000만 마리라는 엄청난 수의 가금류가 죽임을 당하고 있다. 철새로부터 조류독감이 옮겨졌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검출하고 철저히 방역했다면 지금과 같은 대규모 살처분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는 인재이다.
○ 살처분도 하나의 방역대책인 것은 맞지만, 이를 최소화해야 한다. GIS를 활용하여 지형적인 여건, 차량 및 사람의 이동, 가축사육밀도 등 지역의 모든 정보를 종합해서 위험평가에 근거한 방역대를 설정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위험지역을 세분화하여 살처분의 범위를 최소화해야 지금과 같은 대규모 살처분을 막을 수 있다.
○ 2003년부터 13년 째 반복되는 사태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원인분석과 해결 방법은 이미 다 나와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정부가 제대로 된 방역 시스템을 갖출 의지가 없다는 것뿐이다. 13년 간 반복된 조류 인플루엔자 사태는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실감하게 한다.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할 농림부는 엉뚱하게 철새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인 동물과 농민이 보고 있다. 농림부는 조류 인플루엔자 사태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컨트롤타워 부재인 인재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2016년 12월 14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권태선 박재묵 장재연 사무총장 염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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