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놀자// 캠페인을 마치고 하루를 접으면서 드는 다양한 상념들

관리자
발행일 2004-10-16 조회수 13



오늘의 장소는 거북공원.
오전 10:30부터 오후 2:30까지 자보로 캠페인을 하고, 2:30부터 4:30정도까지 시식과 놀이 전시를 같이하는 캠페인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본다.
시식거리가 있으니 먹고만 가는 사람들, 정보가 없어서 몰랐다가 오늘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 먹거리에 대해 혹은 놀이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아예 관심도 없는 사람들,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서 아예 봉지에 먹을 것을 담아가는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캠페인은 잘 끝이 났다.
집에 와서 과외까지 마치고, 컴퓨터를 켜서 또 이것저것 하고 나니 10시 32분.
몸은 피곤하여 하품이 나오지만, 또 한편으로 오늘 나의 행동들과 오늘 캠페인과 사람들과 또 이런 저런 일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과외하는 아이들이 물었다. "선생님, 피곤하고 귀찮은데 왜 그런 일들을 해요?"라고.
그 때 내 답이...."글쎄... 이 일이 지금 당장 내게 큰 도움이 안될지언정, 내가 나중에 죽을 때 참 열심히 살았다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면 된다고...."
글세....과연 지금까지의 나의 행동과 오늘 나의 행동과 앞으로의 나의 행동이 그 말처럼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가 열심히 살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수 없을지라도 간헐적으로 있는 오늘 나의 행동들이 열심히 사는 것에 근접하는 것일까?
피곤한 몸에도 불구하고 괜히 머리속에서 다양한 상념이 일어나는 것은 왜일까?
내가 좋아하는 시가 있다. 도종환이라는 시인이 쓴 오늘 하루.
                     오늘 하루
                                                                 도종환
어두운 하늘을 보며 저녁 버스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은 많이 접하였지만
그것으로 생각은 깊어지지 않았고
책 한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않고 깊이 묻혀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도 오래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지만
만나서 오래 기쁜 사람보다는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 나는 또 내가 만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을 것인가
미워하는 마음은 많았으나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작아지고
분노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이해하는 말들은 줄어들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모르게 거칠어지는 내 언어만큼 거칠어져 있는 마음이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덜컹거렸다
단 하루를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
오늘도 혁명의 미래를 꿈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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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상당히 무관심하게 살아간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인 것 같은 그런 세상이다. 나 역시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우리 모임의 엄마들도 거의 그럴 것이다.
솔직히 오늘 캠페인에 대해서 우리 모임 엄마들의 생각이 어떠했을런지가 궁금하다.
다들 적극적이었을까? 다들 이 행사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했을까? 이 행사가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을까? 아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사가 아주 조금일지라도 사회에 기여를 함으로서 그 의미를 찾을거라는 생각을 했을까? 그래서 기뻤을까?
항상 나만을 위해 살지않기를 기도한다.
그런 면에 있어서 가만히 오늘을 돌이켜 보면 나만을 위해 살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어려운 조건에서 이 캠페인을 만들어낸 우리 모임 회원들, 음식만드는데 기꺼이 도와준 영숙이 언니, 오늘이라는 중요한 시간을 우리에게 보내준 영미언니, 혼자서 무거운 책상과 의자를 옮겨준 환경련의 국장님, 볏짚으로 볏짚줄을 꼬아주신 아저씨....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이런 사람들의 쉼없는 작은 발자국이 있기에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
아....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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