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도랑은 방치한 ‘4대강 정비’의 어리석음 / 서한태 - 펌(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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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2-05 조회수 15

서한태/목포환경운동연합 상임고문
      
[발언대] 도랑은 방치한 ‘4대강 정비’의 어리석음 / 서한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것은 고금의 진리다. 다시 말해서 도랑이 맑아야 강이 산다는 뜻이다. 이런 간단한 이치도 모르고 지난날 정부에서는 강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본류에만 투입하고 도랑은 소홀히했던 것은 큰 잘못이었다. 본류 자체보다는 거의 도랑에서 문제가 생기는데, 그동안 본류에만 매달렸으니 강 수질이 좋아질 턱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강바닥을 긁어내고 둑을 쌓고 댐을 만드는 일에 자그마치 14조원을 쏟아붓겠다고 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이건 강을 살리자는 것이라기보다는 몇몇 토건업자들 배부르게 하자는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도랑은 그대로 놔둔 채 이런 식으로 본류만 어떻게 해 보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건물을 청소하면서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하지 않고 거꾸로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올라가며 쓸고 물을 뿌리는 어리석은 짓과 같은 꼴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런 예산이면 전국 마을 10만곳에 1억원 이상을 줄 수 있고, 그 몇 분의 일만 가지고도 마을을 깨끗이 하고 합성세제 대신 친환경 세제를 쓰도록 지원해 생활하수를 맑게 하고, 도랑을 살려 본류를 맑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전남 신안군에서는 2009년부터 환경 기본조례를 통해 모든 집에다 친환경 세제를 공급하기로 했다.
강 살리기는 몇몇 토건업자들의 굴착기로 될 일이 아니라 주민들의 참여와 정성 속에서만 가능한 일임을 강조하고 싶다. 따라서 실효성 없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당장 그만두고 강변의 모든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도랑 살리기 운동이 먼저 대대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아울러 영산강 뱃길 복원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현재 영산강은 공업용수로도 제대로 쓸 수 없는 5급수로, 냄새가 고약하고 손발에 닿으면 피부염을 일으킬 정도로 수질오염이 심각한데, 이런 강물 위로 뱃길 복원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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