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을 핑계로 돌보지 못한 텃밭에 들었다 - 김성률 회원(5월 30일)

관리자
발행일 2018-06-25 조회수 15



세상일을 핑계로 돌보지 못한 텃밭에 들었다. 게으름 탓일까?  1년간 먹어 볼 거라고 야심차게 심은 양파밭이 괭이밥으로 덥혔다.  저들도 참 예쁜 꽃을 피우며 나름의 멋진 삶을 뿜어낼 텐데, 내 텃밭에선 훼방꾼이고 침략의 무리다. 역으로 보면 나는 간악한 독재자이기도 하리라.
종족 청소, 잡초라고 여기는 나는 무도하게 풀들을 제거한다. 한참을 그러고 나니 간간이 시든 양파들이 보인다. 그들은 봄이 익을 무렵 겨우내 벼르던 잎마름병에 저격당해 시들거리거나 이미 잎사귀를 잃어버린 채 밭 밑바닥에서 꼴딱거리고 있었다.
원인이 온난화 탓이라고 아침 뉴스에서 들었다. 자연은 이제 치유의 힘을 상실하고 있다. 그 상실로 인한 무능력은 공단과 도시와 고속도로를 넘어 먼 시골에까지 당도하였다. 무능력의 전염이 심각하다. 그래서 나는 나의 텃밭에 '자연재난구역'을 선포한다. 그리고 허망하지만 배상을 요구하고자 한다. 파렴치한 이익추구로 온난화를 확산시키는 삼성이나 현대, SK 같은 몰지각한 기업이나 이들을 옹호하며 기생하는 권력이 배상의 대상이다.
우스운가, 파렴치한 것들이 텃밭까지 망가뜨리고 삶을 공격하고 있다. 우리의 밥줄을 쥐고 있는 몬산토나 카길 같은 거대 다국적 곡물기업 대여섯 개가  2/3의 세계인들 목숨줄을 쥐고 있다. 그들이 씨앗까지 장악해 농사마저 자유롭지 않다. 어쩌면 지금의 작물병은 그들이 꾸며내는지도 모른다.
못 믿겠는가, 그렇다면 통계치라도 뒤적여 보라. 기아는  어째서 불균등하게 오며, 온난화는 어디에 기인하는가?
억지스러운가, 내 말이. 내 텃밭의 피해에 대해 누구에게 배상을 요구해야 하는가 말이다.
오늘은 일단 일한 댓가로 텃밭에 흩어진 끝물의 풀들-민들레, 토끼풀, 당귀, 새오리, 방풍, 깻잎, 치커리 같은 것-  좀 뜯어 한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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