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곧 400곳 ‘공급과잉’…망하는 골프장은?

관리자
발행일 2005-09-30 조회수 9

골프장 곧 400곳 ‘공급과잉’…망하는 골프장은?
[한겨레 2005-09-28 16:18]  

[한겨레] 참여정부가 고삐풀어 전국토 건설붐… “2010년엔 480개 예상”
300개면 충분하다는데 나머지는 흉물로 방치?
대책없는 정부정책 지난 25일 오후 남양주시 오남읍 오남리 천마산 자락의 한 골프장 건설현장. 건너편 아파트 옥상에서 내려다 본 현장에서는 막 부지 조성을 위한 벌목이 시작되고 있었다. 호랑이라도 숨어 있을 듯 울창한 아파트 단지 옆 숲이 마치 바리깡 앞에 내맡긴 더벅머리처럼 깎여나가고 있었다. 현장과 가까운 아파트와의 거리는 고작 50~60m에 불과했다.
골프장 허가가 엄청난 특혜이던 적이 있었다. 일부 드러나기도 했던 공공연한 뒷거래를 감안하면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골프장 규제를 환경보전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많은 숲과 들판은 살아 남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어두운 시기를 살아 남은 숲과 들판이 참여정부 들어 위기를 맞고 있다.
규제완화라는 명분과 경기부양이라는 실리를 내세운 골프장 확대정책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도시 근교에 미니골프장이 들어서기 쉽게 하는 규칙이 제정됐다. 지난 2월에는 골프장의 면적 제한이 폐지되더니, 7월에는 수도권 그린벨트 4곳에 처음으로 골프장 건설이 허용됐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골프장 건설규제 개선방안’에 담겼던 내용 그대로다. 그러고 보면 골프장 규제완화 조처는 이제 시작인 셈이다.
당시 문광부가 골프장을 늘리려는 이유로 제시한 고용 증대와 해외 골프관광 감소에 따른 관광수지 개선 등의 효과 추정은 여러 곳으로부터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 뒤 나온 조처들을 보면 이런 지적이 전혀 수렴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환경보전 담당부처인 환경부의 의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황호섭 환경연합 생태보전국장은 “골프장 규제 완화는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어서 환경부의 역할에는 애초부터 한계가 있다”며 “환경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골프장 확대정책은 곳곳에서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는 골프장 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되고 있다. 남양주시가 지난달 오남리 주민들이 제기한 사업승인 취소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사 착공을 허용한 것과 골프장 확대정책이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기도가 주민과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여주군 가남면의 송삼초등학교 코 앞에 골프장 사업승인을 내준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 확정된 기업도시 시범사업에 골프장이 대거 포함된 것도 골프장 확대정책과 떼어 생각할 수 없다.
해남·영암군의 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를 비롯한 4개 기업도시에 건설 예정인 골프장 홀수는 423개로, 18홀 골프장 23.5개에 해당한다. 18홀 골프장 면적이 30만평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여의도 시가지 면적(89만여평)의 8배 가량의 산과 들과 개펄이 모래 위에 잔디만 꽂혀 있는 ‘녹색사막’으로 바뀌는 셈이다.
정부가 부추기는 골프장 열풍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환경단체들은 이중의 환경파괴 가능성을 제기한다. 경영 악화로 쓰러지는 골프장이 잇따르면서, 건설 과정에서 제기됐던 것과는 또다른 환경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국내 골프장 수는 실제로 빠르게 늘고 있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말 현재 운영중인 골프장은 모두 205개다. 지난해 상반기에 184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11%나 증가한 것이다. 이밖에 건설중이거나 허가절차를 마친 골프장이 80여개, 허가과정에 있는 것이 100여개나 된다. 골프장 확대정책에 힘입어 이들 골프장이 대부분 사업허가를 받는다고 보고, 여기에 기업도시의 골프장까지 포함시키면 골프장 수는 머잖아 400개가 넘을 전망이다.
이경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골프장들이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국내의 골프장 수는 아무리 많아도 300개를 넘어서는 안된다”며 “그럼에도 골프장이 계속 늘어나면 일본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도산하는 골프장이 잇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골프장업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펴낸 <2004 레저백서>는 2010년까지의 우리나라 적정 골프장수를 18홀 기준 373개로 추정한 뒤, “골프장 건설붐으로 2010년까지 골프장 수가 430~480개로 늘어나면서 경쟁력 없는 골프장의 도산이 속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단체들은 도산한 골프장 터는 건설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기 보다는 상당 기간 방치되다가 택지나 공장지 등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길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실패를 해도 토지용도 변경에 따른 개발이익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공급과잉 우려 속에서도 개발업자들이 너도나도 골프장에 매달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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