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흥순] 안식휴가 2차 보고 - 집을 짓다.

관리자
발행일 2012-06-29 조회수 13





[강흥순] 안식휴가 2차 보고 - 집을 짓다.





1. 꿈을 맛보다.



안식휴가 계획 중 1차 프로그램인 청도한옥학교 대목수양성과정을 마쳤습니다.



일곱 살 때 부모님께서 분가를 위해 예쁜 세칸 기와집(말이 기와집이지 초가삼간)을 지으셨는데 그때 집을 짓던 동네 목수아저씨가 어찌나 대단하고 멋있어 보이던지, 집짓기와 목수일은 언젠가는 한번 해보고 싶은 꿈이었습니다.



한 번도 발 디딘 적 없는 타지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생활하며, 나름 힘든 노동의 연속이었지만 청도한옥학교에서의 3개월이 저에게는 꿈을 맛보는 시간이었습니다.



1차 보고(


http://cafe.daum.net/ykfem/Cx5h/154

)에 이어 청도한옥학교에서의 생활에 대해 보고 드립니다.

소중한 시간을 배려해주시고 도움을 주신 회원님들과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2. 집이 뭣고?



집이 뭣고?



세상천지에 쌔고 쌘게 집이고 지금까지 옮기며 살아온 집도 다섯 손가락 부족한데 답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한옥학교 2개월째가 되어 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또 자기가 살 집을 짓는다면 어떤 집을 짓겠는지 도면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신의 휴식과 재충전, 가족의 사랑과 행복, 공동체와의 소통 등 저마다 중요시 여기는 바가 다르고 도면에 나타난 공간의 배치도 다릅니다.



25명 동기들이 이야기하고 그린 집은 모양도, 공간도, 쓰임새도 모두 다르고 집주인을 닮았습니다.



하지만 지금현재 살고 있는 곳은 25명 중 21명이 아파트랍니다.



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집을 그리라고 했더니 아파트만 그렸더라는 이야기를 봤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용마루 있는 초가집이나 기와집 그리고,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도 그리고, 마당에 감나무 한그루도 그렸었는데…….



나에게 알맞은 집, 나를 닮은 집, 나의 삶을 담을 집 한 채 짓고 싶은 욕심을 키워봅니다.





 



3. 집을 그리다.



한옥학교 2개월 차에는 본격적으로 나무를 마름질하고 치목하는 일과 함께 집을 그리는 것을 많이 배웠습니다.



실측답사를 다녀온 집을 그리고, 학교에 있는 주요 건물들을 그리고, 우리가 지을 사모정을 그리고, 앞으로 자기가 집을 짓는다면 어떤 집을 지을 것인지를 계획하며 그려보았습니다.



평면도, 횡단면도, 앙시도, 선자연 상세도 등 그림도 여러 가지로 그렸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일하는 사람의 집 그리기’에 대한 글이 생각났습니다.





‘노인 목수 한 분이 있었다.



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그림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잊을 수 없었다.



집을 그리는 순서가 그동안 내가 그려온 순서와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완전히 거꾸로 였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다음 기둥, 도리, 들보, 서까래, 지붕의 순서로 그리는 것이 아닌가?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바로 집을 짓는 순서였다.



일하는 사람이 그린 그림이었다.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온 나의 무심함이 부끄러웠다.



나의 생각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처절한 낭패감을 맛보아야 했다.



나는 지금도 책을 읽다가 '건축'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한동안 그 노인의 얼굴을 상기한다.



-신영복-’





늙은 목수를 생각하며 모눈종이에 0.3㎜연필로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집을 그렸습니다.



모든 일에는 기초와 과정이 있기 마련인데 어느 순간 초심을 상실하고 결과만을 바라는 욕심으로 살아온 것을 반성합니다.



관념과 탁상논리로 운동과 사람과 세상을 판단하였음을 반성합니다.



멋지고 살기 좋은 집은 제대로 된 그림에서부터 시작됨을 배웁니다.





 



4. 집을 짓다.



누하주, 누상주, 장귀틀, 동귀틀, 여모귀틀, 창방, 장혀, 도리, 대들보, 추녀, 선자서까래 등 35가지 500여개의 부재들 자르고, 깎고, 다듬고, 짜 맞추어 집을 지었습니다.



저마다 모양과 크기는 다르지만 하나하나 자기의 위치에서 모양을 잡고 무게를 나누어 멋진 전통 사모정이 되었습니다.



17살 막내와 환갑을 넘긴 63살 큰형님까지 25명 청도한옥학교 58기동기들도 저마다의 위치에서 협동하고 협심하여 집을 지었습니다.



초보 목수들의 집짓기라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엔진 톱 때문에 엉뚱한 모양으로 다듬기도하고, 어렵게 마름질한 부재를 순간의 실수로 잘라먹기도 하였으며, 저마다 생김과 생각이 다른 25명의 공동 작업이라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한잔 술로 서로를 격려하고 인생을 나누며 집을 지었습니다.



17살 아들의 세상을 향한 첫 출발, 44살 아빠의 새로운 도전, 63살 할아버지의 노후설계가 함께하여 집이 되었듯 25명 동기들의 꿈과 도전이 아픔은 있을지라도 꺾이지 않기를 빌어봅니다.



 



사진을 더 보시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를 꼬옥~~~



http://cafe.daum.net/ykfem/Cx5h/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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